“출산 후 친정엄마가 와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그러면 ‘산후 도우미’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된다니 황당했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30·여)씨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건강관리사 자격증이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친정어머니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민법상 직계혈족이기 때문이다. 반면 생계를 달리하는 시어머니는 민법상 가족이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무조정실은 19일 ‘황당규제 국민 공모전’ 결과, 이 같은 황당규제 510건이 접수됐고 이 중 60건을 수용해 개선한다고 밝혔다. 국조실이 소개한 해당 사례는 이번 달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산모·신생아건강관리 사업지침’에서 ‘민법상 가족관계 해당 시 지원 불가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국조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51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규제 개선 사례를 보고했다.
정부가 선정한 60여건 중 이번 달 3473명이 참여한 온라인투표 결과 ‘친정어머니의 산후도우미 정부 지원 허용’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대상(1위)에 올랐다. 이어 최우수상(2위)에는 ‘다자녀 가정 중학교 우선 배정 혜택’ 개선안이 꼽혔다. 기존에는 세 자녀 가정의 첫째가 만 18세 이상이 되면 다자녀 혜택에서 제외돼 나머지 자녀들이 중학교 우선 배정을 못 받게 됐다. 이에 교육부는 자녀 나이와 관계없이 혜택을 주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우수상(3위)에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잔액 사용 개선안이 꼽혔다. 현재는 상품권 잔액보다 비싼 물건을 살 경우 잔액을 전혀 쓰지 못하고 연결된 개인 카드에서 결제가 된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족한 금액을 자동충전 후 결제하는 시스템을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에게 월 1만3000원의 생리용품 구매 바우처가 지원되는데, 이때 봉투는 살 수 없는 문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 상반기 중 지침을 개정해 바우처로 봉투 구매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아동급식카드로 봉투를 구매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한 바 있다.
또 중·고교 농구선수의 경우 전학을 가면 1년간 모든 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규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출전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먹는 물 표시를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변경 △공공기관의 군복무기간 호봉 산정을 월 단위로 통일 △지자체 공무원 체육대회 의무 개최 폐지 △어업자원보호법상 중복 허가 규정 삭제 △글램핑·카라반 야영장의 텐트 설치공간 의무 규정 폐지 등이 황당규제로 선정돼 개선 대상으로 지적됐다.
손동균 국조실 규제조정실장은 “국민께서 생활하시면서 불편하거나 황당하다고 느낀 제안을 정말 많이 주셨고, 검토하면서 우리 공무원들조차도 정말 황당하다고 느낀 규제가 많았다”며 “내년에는 공모 시기를 단축해 최소 1년에 두세 번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조실은 내년 초 민생규제 개선방안과 국민생활불편규제 개선방안을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