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 처리 시한(현지시간 20일)을 앞두고 여야가 임시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 반대하면서 합의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바이든정부 셧다운 지시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 의회가 예산 처리 시한인 20일까지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18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원하는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 간소화한 지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화당은 현명하고 강해져야 한다“면서 “만약 민주당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위협하면 할 테면 해보라고 하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내년 3월 14일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추가 임시예산안에 합의했다. 임시예산안에는 기존 정부 예산에 더해 연방 재난관리청(FEMA) 재난구호 기금(290억달러), 농민 경제지원(100억달러)을 비롯한 재난 지원 예산 1014억달러가 추가로 포함됐다. 또 지난 3월 붕괴한 볼티모어 항구의 다리를 복구하는 비용을 연방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는 공약도 들어갔다.
공화당 강경파는 민주당의 요구 사항이 대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안에는 하원 정보 공개를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공화당 일각에선 이 내용이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해 민주당이 주도한 1·6 의사당 폭동 사태 특위 활동을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퍼주기(giveaways)’가 없이 부채한도 증액을 결합한 임시예산안만 수용 가능하다면서 “그 외의 것은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저지른 가장 멍청하고 무능한 일은 미국이 2025년에 부채한도에 도달하도록 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부채한도는 미국 정부가 차입할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정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 안에 부채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상원 및 하원의원은 2년 내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실상 셧다운을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하원 공화당원들은 정부를 셧다운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라며 “초당적 합의를 깨면 그에 따른 후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논란이 커지자 존슨 의장은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재난지원 등은 빼고 예산 처리 시한만 연장하는 ‘클린 임시 예산’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편 연방 공무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과 개인 이메일을 통해 국가 문서를 공유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연방 공무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 관계자들이 정부의 기기, 정부 이메일 사용 및 사이버 보안 지원을 회피하고 있어 정부 데이터 노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연방 공무원들은 트럼프 인수팀과 정보 공유를 하지 않으려 하고, 공유를 하더라도 대면 회의, 문서 직접 교환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전 백악관 사이버 책임자 마이클 다니엘은 폴리티코에 “인수팀이 외국 정보 수집의 대상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며 보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인수팀이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것은 트럼프 팀이 연방 자금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윤리 및 투명성 요구 의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