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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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물꼬 트나 했더니… 與도 野도 ‘요구안’ 일축

대표회동 하루 만에 외면

민주 “개헌 제안, 탄핵 지연 의도”
탄핵 14건 철회도 “尹 탓” 거부
與, 추경엔 “지역상품권용 의심”
국정안정협의체 놓고 눈치싸움

여야 대표가 회동에서 각각 제기한 개헌, 국무위원 탄핵 철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요구가 하루 만에 상대방에 의해 일축됐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에 나와 전날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개헌 제안이 “뜬금없는 얘기”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 또는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적 차원, 시선 돌리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60일 내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결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다만 “대통령 한 사람의 초현실적 상황 판단 때문에 대한민국이 엄청난 혼란에 빠져 있다”며 “조기대선 과정에서 1987년 헌법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반성적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개헌 공약 발표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권 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탄핵안 무한 남발로 정부 기능이 마비 상태”라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안 등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4건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권 대행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전날 헌재 변론준비기일이 국회 측 불출석으로 3분 만에 종료된 사실을 언급하며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되면 그 탄핵안을 발의·표결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하자”고도 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철회를 고려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도 “윤 대통령의 인사권 행태가 굉장히 무도했다.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은 (후보자들을) 그냥 다 임명해버렸고 일부 국무위원은 위법한 행태들이 많아 국회 견제권(탄핵)을 행사한 것”이라며 원인 제공자는 윤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일방통행 표지판이 붙어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전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추경도 사실상 걷어차였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장은 “내년도 본예산 편성 당시 민생 안정과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민의힘이 요청한 3조4000억원 규모 증액은 왜 거부하고 이례적으로 추경 편성을 요청하는 건가”라며 “혹시 이 대표가 목을 매고 있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1조원을 다시 확보하기 위함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집행 계획과 전반기 예산안 집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필요하다면 추경 편성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위한 추경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여야 대표가 회동에서 제기한 의제 중에서는 이 대표가 요청한 국정안정협의체 참여만 유보적 상태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도 “우선 국회안정협의체부터 했으면 좋겠다. 국회가 안정이 돼야 국정으로 전환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