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선균 씨를 협박해 3억여 원을 갈취한 유흥업소 실장과 전직 영화배우가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의 협박 범행이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유흥업소 실장 A(30·여)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영화배우 B(29·여) 씨에게 징역 4년 2개월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A씨가 피해자인 이씨에게 요구한 금액을 스스로 3억 원으로 정했다"며 "B씨가 A씨에게 공갈을 지시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범행으로 인해 유명 배우였던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두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 역시 직접적인 협박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마약 관련 수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다른 요인이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공갈 범행이 피해자의 사망에 영향을 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는 B씨로부터 협박을 받은 피해자였으며, 그 협박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했다"며 "B씨는 자신의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했고, 부양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협박을 받고 있으니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3억 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A씨를 협박한 해킹범이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친분이 있던 B씨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필로폰 투약 정황과 이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불법 유심칩으로 해킹범 행세를 했다. 그러나 A씨로부터 원하는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지난해 10월 이씨를 직접 협박하며 1억 원을 요구, 결국 5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마약 관련 전과 6범인 A씨는 필로폰과 대마초를 3차례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먼저 구속 기소되어 지난 10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12년과 2015년에 제작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B씨는 과거 사기 혐의로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