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은 우리 몸에 요산이라는 물질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전신 질환이다. 음식 속에 있는 푸린이 몸 안에서 분해되면서 요산이 만들어지는데, 문제는 이 요산이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이 다 되지 않고 쌓일 경우다. 주로 발이나 손가락 마디, 귀 등에 쌓이면서 통풍이 발병하는 것이다.
과거 고기와 술을 즐겨 먹은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영국 헨리 8세 국왕 등 ‘왕의 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엔 개그맨 이수근씨도 통풍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통풍은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극심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받은 ‘연도별 통풍 환자 통계’를 보면, 2019년 46만2279명에서 2023년 53만510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6월까지만 38만2517명의 환자가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올 한해 70만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풍은 남성이 유독 취약하다. 실제 지난해 기준 약 93%(49만6290명)가 남성 환자다.
특히 최근엔 20~40대 젊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원래 40~50대가 많이 걸리는 중장년 질환이었는데 갈수록 환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9년 20대, 30대, 40대는 각각 2만6677명, 7만8854명, 10만312명씩이었는데, 2023년엔 3만5940명, 9만6277명, 12만2009명으로 전체 환자 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젊은 층에서 통풍이 급증한 이유는 잦은 음주와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 푸린 함량이 높은 음식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요산은 고기나 해산물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에 주로 포함돼 있고,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맥주 등 과당이 높은 음료에도 속해 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운동 후 먹는 단백질보충제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요산 수치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족력도 중요한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가족력이 있으면 이른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통풍이나 혈액검사에서 요산이 정상보다 높으면 다른 가족들도 혈액검사로 요산의 양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제주대학교 강병주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풍 발병 70%는 비만 때문일 정도로 당뇨병, 인슐린저항성,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과 연관돼 있다”며 “단백질이 과다한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과당이 높은 음식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통풍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통풍은 일단 발생하면 약물 치료를 통해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또 식생활이나 생활습관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특히 등푸른 생선이나 갑각류, 술 등 푸린이 많은 음식 섭취를 줄인다. 대신 푸린이 거의 없는 쌀·밀가루 등의 소맥류, 김·다시마 등의 해조류, 야채류 등을 먹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운동을 한다고 닭가슴살 등 단백질만 섭취하는 등 편향된 식습관이 문제”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골고루 섭취하고 건강한 수면습관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