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간의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며 연말을 어둡게 물들이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두 건의 판결이 잇따라 선고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는 남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주부 정모(63)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대구 남구의 자택 거실에서 발생했다. 정 씨는 남편(당시 68세)이 가족 모임을 앞두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자 이를 제지하며 말다툼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 이루어졌다. 남편은 지병을 앓고 있던 중 정 씨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병이 있는 남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정 씨가 지난 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렸으며 사건 직후 남편을 살리기 위해 119에 신고하고 구호 조치를 취한 점, 시어머니 등 유족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 또한 "남편의 가정폭력에 대항한 행동으로 인정하나, 방어 수준을 훨씬 초과한 대응이었다"고 덧붙였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1심과 동일하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사건은 2022년 12월 밤에 발생했다. A씨의 아내 B씨는 남편의 가정폭력 피해를 신고한 후 집에서 짐을 챙기던 중 A씨가 이를 방해하며 경찰관을 폭행했다.
A씨는 아내에게 접근하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흔들며 폭행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경찰관을 밀친 적이 없으며, 만약 그러한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위법한 체포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B씨가 '남편에게 맞아 맨발로 도망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B씨가 집에서 짐과 휴대전화를 챙겨야 한다고 요청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관이 상황을 명확히 설명했음에도 A씨가 경찰관을 밀치고 물건을 던지며 고함을 지른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후 A씨를 체포한 절차 역시 적법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A씨는 징역형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이 확정되었다.
이 두 사건은 가정 내 갈등이 폭력으로 비화했을 때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가정폭력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최근 법원은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을 위해 가정폭력 사건에 대해 엄격히 판단하면서도, 정당방위와 피해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갈등 상황에서 비폭력적인 해결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