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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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근무하며 알아낸 번호로 학생에게 사적 연락…법원 “정직 징계 타당”

대학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학적조회로 학생 연락처를 알아내 사적인 연락을 했다면 정직 징계를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공무원 A씨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대학교에서 근무하는 A씨는 2022년 6월 대학행정정보시스템상 학적사항 조회를 통해 B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A씨는 B씨에게 전화해 “남자친구가 있냐”, “남자친구가 없으면 잘해보려고 했다”는 등의 말을 했다. B씨가 전화번호와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신고할까봐 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듬해 3월 A씨의 행위가 지방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가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서울특별시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지극히 사적으로 사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징계처분이 과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A씨가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성실 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의 의사에 반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런 행위가 원고의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무단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이뤄졌다”고 했다. 정직 처분이 너무 무겁다는 A씨 주장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나아가 남녀관계에 관한 언급까지 한 것이므로 그 내용이나 성질에 비춰 원고의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그의 행동을 성희롱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