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는 그야말로 ‘허수봉 천하’다. 현대캐피탈의 토종 에이스 허수봉(26)이 명실상부 남자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는 모양새다.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2016년 프로에 직행한 허수봉은 4년차였던 2020~2021시즌 26경기 330점을 올리며 팀의 주력 선수로 올라섰다. 2021~2022시즌엔 36경기 602점을 올리며 남자부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이자 문성민(38)의 계보를 잇는 현대캐피탈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어느덧 프로 8년차를 맞이한 허수봉은 이제 남자부 NO.1 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다. 21일 기준 득점 4위(288점), 공격 종합 1위(56.94%), 후위 공격 1위(66.23%), 서브 4위(세트당 0.400개)에 오르며 현대캐피탈을 넘어 리그 최고의 토종 공격수로 군림하고 있다.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레오(쿠바)와 함께 뛰면서 상대 블로커들의 집중 견제를 피하면서 누적은 물론 효율도 훨씬 올라가는 모습이다.
허수봉의 장점은 포지션 범용성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리시브를 받으며 공격하는 데도 능하고, 팀 전술에 따라 아포짓 스파이커도 소화하며 빼어난 공격력을 뽐낸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에 따라 두 포지션을 오간 덕분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로도, 아포짓 스파이커로도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허수봉이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새 사령탑 자리를 맡은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은 “허수봉은 완성형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개인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며 7연승을 질주했다. 허수봉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며 팀내 최다인 18점(공격 성공률 54.84%)을 몰아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승점 40(12승2패)을 쌓은 현대캐피탈은 2위 대한항공(승점 35, 11승5패)와의 격차를 벌리며 독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지난 4년간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집어삼켰던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통합우승 5연패를 노리고 있지만,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현대캐피탈에게 빼앗겨 통합우승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수봉은 지난 1,2라운드 최우수선수상(MVP)를 독식했다. 지금 기세라면 3라운드 MVP도 허수봉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데뷔 후 최고의 기세를 보이고 있는 허수봉이 생애 첫 정규리그 MVP와 팀의 우승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