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한·미외교장관 통화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 “미국이 유능하고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으나 미국 측 발표에는 이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태열 장관은 21일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현 국내 상황 및 한미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강조했듯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도 한미동맹이 흔들림없이 계속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의 한미, 한미일 협력 성과가 미 신 행정부 하에서도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은 이에 적극 동의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유능하고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현 권한대행 체제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하고,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그 회복력을 높이 평가하며 신뢰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이 변함없음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발전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긴밀히 소통하며 공조해 나가자고 했다”며 “마지막으로 양측은 조속한 대면 협의를 위해 일정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도 통화 후 보도자료를 냈으나 한덕수 총리에 대한 인물평은 없었다.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조태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과 대화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를 전하고, 양국이 민주주의 기관들(democratic institutions)과 법치주의(rule of law)를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또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이 남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그는 공유된 가치와 상호 이익에 뿌리를 둔 동맹의 지속적인 성격을 강조했다”고 했다.
한 총리에 대한 언급은 마지막 단락에 나온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지역의 안보와 번영, 민주주의 원칙의 증진을 포함한 동맹의 공동 목표를 계속 추구하기 위해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체제와 함께 일할 의사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적, 세계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지속적 협력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외교 수장간 통화가 이뤄진 것은 21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통과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19일로부터 이틀 후다. 거부권 행사 이후 야당은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수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며 반발하고 여당은 “이재명 국정파탄 6법에 대한 거부권은 권한대행의 장연한 직무”라며 국내에서 정치적 대립이 한창인 상황이었다.
양국 장관 간 전화통화 후 이를 자국 내에 알리는 보도자료나 문서는 양국이 사전 조율하는 합의문이나 조약은 아니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 전화통화나 협의 후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강조점을 두고 자국 판단에 따라 통화 내용을 알린다. 공개 보도문의 자율성이 있는 만큼, 역설적으로 차이가 크고 강조점이 크게 다를 경우 그만큼 양 당사자가 처한 위치나 입장차를 드러내는 방증으로도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