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독감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의 계절이다. 기침과 발열이 나면 으레 감기와 독감이라고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열이 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여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양쪽 눈 결막 충혈이 생기고 입술과 목 안이 빨개지고 혀가 부어오른다면, 다른 병을 의심하고 병원에 갈 필요가 있다. 바로 가와사키병이다.
가와사키병은 이름조차 생소한 질환이다. 소아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급성 열성 혈관염으로 전신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발병률은 약 0.2%. 발병률 자체는 낮아도 전 세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미영 교수는 “이 병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한국에서 가와사키병이 많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다만 일본, 한국 등이 가장 많고 미국, 유럽은 적기 때문에 이 질환에 잘 걸리는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여러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이 관련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주로 5세 이하 어린이에게 발병하며, 고열이 5일 이상 지속한다. 보통 열이 나면 해열제나 항생제를 먹이면 호전이 되지만 가와사키병은 해열제의 효과가 없다. 부종, 피부 발진, 결막염, 입술의 홍조 및 균열 등이 동반된다.
현재까지 결정적인 진단법이 없어 이런 임상 증상을 종합해 진단한다. 일반적인 항생제 치료로 증상 호전이 안 되는 경우 가와사키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혈액검사를 통한 전신성 염증반응 확인, 심장초음파검사 등을 병행하게 된다. 혈관 내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고용량의 아스피린으로 치료한다. 제때 치료하면 대부분 완전히 회복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경우 15∼20%에서 관상동맥의 일부가 확장되는 심장 합병증 발생한다. 발병 10일 이내에 투여 시, 심장 합병증 발병률은 5% 이내로 감소한다.
한미영 교수는 “면역글로불린은 생백신의 항체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MMR(홍역·볼거리·풍진)과 수두 백신은 투여 후 9∼11개월이 지난 시점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며 “또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간에는 수두나 인플루엔자 독감 감염 시 라이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독감 예방주사와 전문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겉으로 증상이 없더라도 합병증 가능성 때문에 발병 후 6~8주 동안은 주기적으로 심초음파를 시행하고, 확장된 혈관 내 혈전 방지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
한 교수는 “6∼8주 후 심장합병증이 없는 경우는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그후 정기적으로 심초음파 검사로 추적관찰을 한다. 보통 6개월∼1년 후 재검사를 하고, 5년까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