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처가 / 문창진
‘공원에 가자면 따라가고/ 처가에 가자면 따라간다/ 가정을 위해 가장을 버렸다’
자전거/ 신경희
‘자신 있게 나서봐/ 전혀 겁낼 것 없어/ 거리도 적당하니 마음껏 달려’
마중물/ 김선순
’마음을 다하여도 몰라주는 당신/ 중요한 마중 길에 용기 내 봅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함께이고 싶어요’
문학고을 경기지부 모임 ‘글벗’ 소속 시인 김선순 김은희 김희숙 남상열 남향우 문창진 박만근 신경희 이선영 이영화 조영예 최근용 최하연 홍성길 등 14명이 시인 삼행시 210편을 담은 시집 ‘삼행시 꽃 피었습니다’를 최근 출간했다. 한국 문단 첫 삼행시집이라 문단 안팎의 관심이 적지 않다.
삼행시는 시 제목에 초성을 맞추어 세 줄로 지은 시다. 삼행시 하면 흔히 백두산 청바지 같은 술자리 건배사나 개그맨의 우스개 말장난으로 쓰여 문학이라기보다는 글 놀이 정도로 여겨져 왔다. 게다가 시제의 초성에 맞춰 짧은 글로 문학적 향기를 담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간 삼행시를 시도하려는 문인들은 거의 없었다. 문학의 다양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로 여겨진다.
문창진 시인은 이번에 삼행시집을 낸 계기에 대해 “디카시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순간포착 순간언술 순간소통을 지향하며 사진과 짧은 시를 결합한 디카시는 초기에는 낯설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문학 장르로 탄탄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 조선시대 단시조와 가사도 처음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하이쿠도 바쇼라는 시인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장르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삼행시도 예외가 아니다. 삼행시 짓기에 도전한 시인들이 뜻을 모아 합동으로 펴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참여한 이들이 모두 등단한 시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초성을 맞추어 시제와 시문을 연결짓고 유머와 위트까지 가미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산고를 거듭한 끝에 14명의 시인이 각각 15편의 삼행시를 완성해 세상이 내놓았다.
문학고을 회장인 조현면 시인은 ”시인들의 사유와 상상력의 결정체다. 시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을 노래하는 것임을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 시인들은 ”처음 가는 길은 도전이고 모험이다. 이번 출간이 삼행시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문학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작은 불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