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탄절 전후가 되면 수천만원의 성금을 남몰래 기부해 선행을 베푼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로 25년째이며, 답지한 성금은 총 10억원을 웃돈다.
22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9시26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년 목소리의 한 남성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주민센터 인근 탑차(트럭) 아래 (성금을)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이맘때면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임을 직감하고, 주민센터에서 200여m 떨어진 현장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가 말한 곳에는 A4 용지 상자(사진)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안에는 오만원권 현금다발과 황금색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편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금액을 세어보니 8003만8850원이었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어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그의 성금 기부는 이런 방식으로 25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26차례에 걸쳐 보낸 성금은 총 10억4483만6520원이나 된다. 천사는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성탄절을 전후로 성금을 기부해 왔다. 전주시는 천사의 뜻에 따라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할 예정이다.
25년째 찾아온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기사입력 2024-12-22 21:06:49
기사수정 2024-12-22 2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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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3만8850원 편지와 함께
누적 성금 10억4483만원 달해
누적 성금 10억4483만원 달해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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