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구조대원으로서) 소명을 다했을 뿐입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모든 소방대원이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119구조대원들이 10여시간 동안 영하 10도의 혹한과 싸우며 추락한 등산객을 무사히 구조해 감동을 안기고 있다.
22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19에는 전날 오후 5시8분쯤 “(경기 양평군) 용문산 백운봉에서 하산하던 중 낙상했다”는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30대 A씨는 백운봉에서 1시간 정도 내려오던 중 쉬려고 기댄 나무가 부러지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본부 상황실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치 파악 등을 위해 통화를 이어갔다.
같은 시각 양평소방서 119구조대 2팀 소속 김권섭 소방교와 우요한 소방교 등 6명과 2팀 구급대원 2명은 용문산 백운암에 집결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다른 화재 현장에서 진화·구조 작업 직후 투입된 탓에 이들은 휴식이나 식사를 할 겨를이 없었다.
출동 대원들은 A씨의 유일한 연락수단인 휴대전화 배터리가 16%밖에 남지 않은 점을 알게 됐다. 대원들은 A씨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가 30분마다 다시 켜서 연락하기로 약속했다. 촌각을 다툰 구조작업이었지만 전날 많은 눈이 내리면서 등산로를 알아볼 수 없었고 나무들도 쓰러져 험난한 행보가 이어졌다.
신고 시간으로부터 약 2시간50분 뒤인 21일 오후 7시56분 119구조대원들은 경사가 가파른 계곡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다. A씨를 산 정상 부근으로 데려가 헬기에 태우려 했으나 착륙 지점에 쌓인 눈 때문에 헬기가 철수하면서 다시 고된 하산이 시작됐다. 대원들은 인원을 나눠 일부는 A씨를 보호했고, 일부는 안전한 하산 길을 찾아 나섰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까지 떨어졌고 A씨뿐 아니라 구조대원들의 건강 상태도 위협받았다. A씨는 근육통, 경련, 구토증세, 저체온증을 호소하며 결국 쓰러졌다. 구급대원 일부도 저체온증을 겪었다. 이들은 고된 구조 활동 탓에 귀가 동상에 걸렸고, 장갑과 신발에 들어간 수분과 얼음으로 손발이 퉁퉁 불었다.
다행히 인근 공흥센터 소속 구급대 3명과 진압대 3명 등 대원 6명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하산에 속도가 붙었고, 이튿날 오전 3시16분 A씨를 무사히 산 아래로 데리고 내려올 수 있었다.
우 소방교는 “요구조자의 휴대전화가 꺼져 대화가 안 됐다면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겠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소명을 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