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의 위기는 2000년대 초중반 일본 전자기업과 닮아있다. 당시 가전·정보기술(IT) 점유율 절대 강자였던 일본 전자기업 중 일부는 한국의 추격으로 기술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소니와 히타치제작소 등은 구조개편과 원천기술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사업기획단을 중심으로 일본 전자산업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소니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0년 넘게 반도체·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가 변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전자기업의 추격으로 경쟁력에서 밀리던 소니는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소니 부활의 원동력이 된 것 중 하나는 인수합병(M&A)이다. 불필요한 사업분야는 정리하고, M&A를 통해 지식재산을 늘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펼쳤다. 아울러 소니의 부활을 뒷받침한 건 이미지센서,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에서 쌓아온 기술력이었다.
히타치제작소 역시 과거에는 TV, 비디오, 건설기계 등 전형적인 문어발식 대기업이었지만, 구조개편을 통해 올해에만 주가 상승률 90%를 기록할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히타치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전자분야 대부분을 정리하고, △‘스마트공장’ 포함 디지털 시스템과 서비스 △그린 에너지·모빌리티 △산업기계 분야의 커넥티브 인더스트리즈 등의 사업에 집중했다.
이들 기업과 달리 기존 전자사업에 매달리며 한국과 가격 경쟁을 벌인 샤프와 도시바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때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강자였던 샤프는 한국 기업에 경쟁력을 잃고 대만 기업에 매각됐다. 도시바 역시 하드디스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밀려 지난해 12월 20일 상장폐지됐다. 한때 미국에서 ‘가성비’ 전략으로 점유율 1위도 했던 일본 가전업체 후나이전기도 한국과 중국의 가전제품 가격경쟁력에 밀려 올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의 전철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선 이건희 선대회장이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2·8 도쿄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비용절감 같은 사무행정이 아닌 의학 계열로 몰리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