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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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 놓치고 ‘분노의 쇼핑’ 나선 양키스...저지-스탠튼-벨린저-골드슈미트로 이어지는 ‘MVP 쿼텟’ 타선 완성

그야말로 ‘분노의 쇼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스토브리그 FA 시장의 최대어였던 후안 소토를 ‘뉴욕 라이벌’ 메츠에게 빼앗긴 양키스. 그들의 오프시즌 행보가 거침없다. 소토를 놓친 것을 분풀이하듯 MVP 출신을 끌어모으고 있다. 2019시즌 내셔널리그 MVP 코디 벨린저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데 이어 2022시즌 내셔널리그 MVP 폴 골드슈미트까지 품었다. 애런 저지(2022, 2024 아메리칸리그 MVP)와 지안카를로 스탠튼(2017시즌 내셔널리그 MVP)까지 포함하면 MVP 트로피 보유자만 4명이나 되는 2025시즌 양키스 타선이다.

 

MLB닷컴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22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가 폴 골드슈미트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계약 조건은 1년 1250만달러로, 옵션 없이 전액이 보장이다.

 

양키스의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의 최우선 과제는 소토의 잔류였다. 지난해 겨울 소토를 샌디에이고에서 데려오는 과정에서 트렌트 그리샴을 함께 받는 대신 마이클 킹, 카일 히가시오카, 랜디 바스케스, 자니 브리토, 드류 소프까지 내준 바 있다. 소토를 잔류시키지 못한다면 소토를 딱 1년 쓰기 위해서 즉시 전력감의 다수 선수들을 내준 꼴이 되는 상황이었다.

 

소토는 올 시즌 양키스에 입성해 극성스런 뉴욕팬들과 언론의 압박감 속에서도 157경기에 출전해 41홈런 109타점 128득점 타율 0.288 OPS 0.988으로 맹활약했다. 저지와 소토의 ‘쌍포’는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듀오였다. 소토의 합류로 타선 무게감이 확 올라간 양키스는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소토 효과’를 확실히 체감한 양키스는 16년 7억600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웃집 메츠의 조건이 더 좋았다. 15년 7억6500만달러에다 5년 뒤 옵트아웃을 포기할 경우 8억500만달러로 계약 조건이 더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조항’까지 넣었고, 각종 호화스런 대우까지 넣은 메츠를 이길 순 없었다. ‘악의 제국’이라 불리던 양키스가 ‘머니게임’에서 패한 것이다.

 

소토를 놓친 양키스는 그야말로 분노의 쇼핑을 진행 중이다. 우선 마운드를 보강했다. 애틀랜타에서 FA로 풀린 좌완 선발 맥스 프리드에게 8년 2억1800만달러를 쐈다. 이는 역대 좌완 투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이다. 여기에 밀워크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인 데빈 윌리엄스도 데려와 뒷문도 보강했다.

 

이제 타선 차례. 시작은 코디 벨린저. 벨린저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3년차 시즌인 2019년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대폭발하며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2021년엔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2022년 타율 0.210 19홈런 68타점으로 MVP 출신다운 성적을 전혀 내지 못했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가 온 다저스는 벨린저를 ‘논텐더’로 방출했다.

 

그러나 벨린저는 부활에 성공했다. 2023시즌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130경기 출전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을 기록했고, 컵스는 FA 자격을 얻은 벨린저에게 3년 8000만달러의 계약을 선물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타율 0.266 18홈런 78타점 OPS 0.751로 다시 성적이 떨어졌고,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좌타자에게 유리한 양키스타디움인 데다 저지의 ‘우산효과’를 본다면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벨린저 영입에 이어 양키스는 골드슈미트까지 데려왔다. 2024시즌 성적이 떨어졌던 베테랑들을 수집하는 모양새다. ‘질보다는 양’을 외치고 있다. 골드슈미트는 메이저리그 통산 14시즌을 소화하며 1928경기 출전, 362홈런 1187타점 169도루 타율 0.289 OPS 0.892를 기록하고 있는 강타자다.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뛴 2022시즌엔 151경기 출전 타율 0.317 35홈런 115타점 OPS 0.982를 기록하며 생애 첫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1987년생으로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골드슈미트는 MVP 수상 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23시즌 154경기 출전 타율 0.268 25홈런 80타점 OPS 0.810으로 생산력이 급감하더니 2024시즌엔 154경기 출전 타율 0.245 22홈런 65타점 OPS 0.716으로 더 떨어졌다. 골드슈미트가 8할대 OPS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2024시즌이 처음이다.

 

어쨌든 이름값만으로는 양키스 타선은 최강이다. 현역 최고의 홈런타자인 저지를 비롯해 스탠튼과 벨린저, 골드슈미트까지 MVP 4인방을 보유하게 됐다. 저지를 빼면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네 선수가 전성기에 필적하는 성적을 올려준다면 단연 최강 타선은 양키스가 될 수 있다.

 

15년 만에 오른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에게 패배를 안긴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으로 이어지는 ‘MVP 트리오’가 있다. 양키스의 ‘MVP 쿼텟’은 다저스의 ‘MVP 트리오’와 다시 월드시리즈에서 만나 자웅을 겨룰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