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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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능한 지도자”라고 했다는 한덕수, 방미 가능성은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는 취임식 참석 초청이 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행정부 교체라는 예민한 시기에 국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불복으로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하면서 대미외교에도 난관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한·미 외교장관 통화 관련 보도자료.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초청과 관련 진척된 내용이 없다며 “원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외부 사람들을 부르기보다는 (국가) 내부 행사라더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나 만남에 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된 건 없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식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 “그들(일본)이 원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미국 방문 시 사전 실무 준비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초청이 오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한 권한대행의 취임식 참석을 위한 방미(訪美)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대미외교 정상화를 위해 한·미외교장관 간 전화통화를 하고, 외교장관의 방미, 외교 차관 방미 및 방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미 간 메시지의 온도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외교부는 전날 조태열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통화 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 권한대행에 대해 “미국이 유능하고 존경받는 지도자로서 전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다”고 했으나 미국 측 발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어 “조 장관은 한 권한대행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강조했듯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도 한·미동맹이 흔들림없이 계속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며 “그동안의 한·미, 한·미·일 협력 성과가 미 신 행정부 하에서도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국무부 보도자료에선 한 권한대행에 대한 인물평 없이 “블링컨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를 전하고, 양국이 민주주의 제도·기관들(democratic institutions)과 법치주의(rule of law)를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공유된 가치와 상호 이익에 뿌리를 둔 동맹의 지속적인 성격을 강조했다”고 했다. 현 정부가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 가치, 국민에 대한 지지를 한층 강조한 셈이다. 한 총리에 대한 언급은 “지역의 안보와 번영, 민주주의 원칙의 증진 등 동맹의 공동 목표를 계속 추구하기 위해 한 대행체제와 함께 일할 의사를 표현했다”고만 나온다.

 

양국 간 전화통화 후 보도자료는 양국이 문구를 사전에 조율하는 합의문은 아니기 때문에 강조점이나 드러내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 동시에 양측 보도자료에 강조점이 크게 다를 경우 양 당사자가 처한 위치나 입장차를 보여주는 방증으로도 여겨진다.

 

외교부는 일단 미국을 상대로 대면 협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홍균 1차관이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고, 조 장관도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전 방미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일은 다음 달 20일이다.

 

미국통 외교 관료 출신인 전직 대사는 “조 장관이 미국을 간다고 해도 참 애매하다. 한 달 있으면 관둘 사람들을 상대로 의미있는 대화가 어렵고,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하러 가서 트럼프 팀을 만나기도 좀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 등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대면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움직이는 것은 맞지만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런 타이밍에 비상계엄을 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진·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