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을 구속수사 중인 가운데, 구속 기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0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문 사령관을 구속해 나흘째 수사하고 있다. 문 사령관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래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첫 사례다. 공수처는 이전에 감사원과 경찰 간부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적이 있지만 모두 기각됐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최장 10일, 검사는 연장 시 최장 20일 동안 법원 허가를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경찰 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검찰이 기소하기까지 최장 30일, 검찰 단계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최장 20일 구속 가능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구속 피의자에 대해서는 이 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구속 상태에서 검찰이 재판에 넘긴다. 재판 단계에서는 구속 기간이 별도로 계산된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법에 정한 것 외의 그밖에 공수처 검사의 직무와 권한 등에 관해서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도 검사의 구속 기간을 적용해 최장 20일까지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법률상 공수처에 문 사령관을 기소할 권한은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장성급 장교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 수사할 수는 있지만, 기소 가능한 대상은 판·검사, 고위 경찰 등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대통령, 군 장교 등을 수사한 뒤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사건을 보내 기소를 요구해야 한다.
이런 경우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며칠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입법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관점에 따라 공수처가 사실상 경찰의 역할을 하는 경우 10일 동안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고, 공수처와 검찰의 구속 기간을 모두 합쳐 20일로 제한하되 구체적인 기간은 두 기관이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수처는 20일의 구속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검찰 등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신 구속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명확한 근거 규정 없이 기관 간 협의로 배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가 구속 기간 배분을 누구와 협의할 것인지,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는 범죄를 수사한 경우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하지만 문 사령관과 같은 현역 군인은 군검찰과 군사법원의 관할에 속하기 때문에 민간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만약 공수처가 문 사령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하면 검찰은 형소법 규정에 따라 사건을 곧바로 군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구속한 피의자의 신병을 검찰이나 군검찰이 인도받을 규정이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수처법에는 ‘서류와 증거물’ 송부에 관한 규정이 있을 뿐 피의자 인치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법 미비는 공수처법이 제정될 때부터 문제로 지적됐지만 출범 4년이 다 되도록 보완되지 않았다. 문 사령관을 둘러싼 구속 기간 논쟁은 향후 윤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공수처는 지난 18일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기로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오는 25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한 상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국회에서 “내란죄의 수괴와 중요 범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