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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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경제·수출성장률 1%대 위기, 비상 대응 서두를 때다

탄핵정국에 따른 한국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를 늘리는 민생 안정 대책을 앞세워 2%라는 성장 마지노선을 지키겠다고는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상황에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0%로 하향했고, 한국은행도 최근 1.9%로 낮췄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의 경제적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는 게 더 우려스럽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산업연구원은 어제 내년 수출 증가율을 각각 1.4%, 2.2%로 전망했다.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 대상 한경협 조사에서 올해 11월까지 8.3%이던 수출 증가율이 내년에 1.4%로 주저앉는다는 게 충격적이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철강은 각각 -1.4%, -0.3%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 3분기까지 수출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98%에 달했다. 내년에 수출이 쪼그라들면 경제성장률 추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이 원재료 가격 상승과 기업 수익 악화로 이어져 고용 둔화와 내수침체의 악순환에 빠질까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 탓에 정부 재정에 기대기도 언감생심이다. 재정 당국은 재정 역할론에 공감하면서도 내년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는 등 본예산의 조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어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를 열어 소상공인·자영업자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은행권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경제의 온기를 지필 추경 편성 시기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기업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28개국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에게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다. 국회는 당장 정쟁을 멈추고 반도체특별법 등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과 민생을 언제까지 팔짱만 끼고 쳐다볼 텐가. 어렵사리 26일 출범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서둘러 추경 논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