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경남 산청과 함양 등 지리산 자락으로 숨어든 빨치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첫 국가배상 판결이 나왔다. 6·25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 15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부산고법 민사5부(재판장 김주호 부장판사)는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 손해배상 항소심 재판에서 “정부는 피해자 유족에게 18억2583만3326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관련 손배소 소송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장기 5년, 단기 3년)를 훌쩍 넘겨 2023년에서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산청·함양 사건과 유사한 경남 거창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배소에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파기 환송한 2022년 10월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피해 사건 배상금을 △사망자 본인 1억원 △생존한 사망자의 배우자 5000만원 △부모와 자녀 각 2000만원 △형제자매 1000만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상속 관계와 지분에 따라 4200만∼4억3800만원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산청·함양 민간인 학살 사건은 1951년 2월7∼11일 닷새간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 토벌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역 주민 705명을 빨치산에 협조한 부역자로 몰아 학살한 것을 말한다. 피해자 유족들은 1996년 1월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공포된 이후 유족으로 등록됐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