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대구시장 졸업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임기가 1년 6개월여 남은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조기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잠룡들 중에서는 처음이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Nomad(유목민) 인생이다. 태어나서 23번째 이사한 게 대구”라며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혁신 100 플러스 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했다.
다른 여권 주자들에게서는 대선 준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물론 비상계엄과도 뚜렷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2017년 조기대선 당시에는 투표 참여자 약 75%가 탄핵 찬성파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전례가 있다.
국민의힘은 조기대선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헌법재판관 임명 제동 시도 등 ‘시간 끌기’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 정국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도 ‘쇄신형’이냐 ‘관리형’이냐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이다. 24일 오전으로 예정된 비상의원총회에서 윤곽이 잡힐지도 미지수이다.
여권 잠룡 중에선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당내 입지가 공고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뚜렷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파인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서도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안 하는 게 좋다”며 “이미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상 내란 특검법을 찬성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 정당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비한(비한동훈)계로부터 사실상 축출된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에 앞장섰고 탄핵에도 찬성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호출될 시기를 기다리며 당분간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 주자들도 ‘부자 몸조심’하듯 대권 행보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엔 2027년 3월에 대선이 치러지기에 야심을 섣불리 드러내기는 이르다. 어차피 12월 대선이 예정돼 있어 잠룡들의 몸풀기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인 2017년 탄핵 정국 때와는 본질적으로 조건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이 탄핵 국면을 정치, 진영의 문제로 삼으면서 조기대선 시계를 붙들어놓은 측면이 있다”며 “야권 주자들의 움직임은 헌재 판단보다도 검찰 수사 진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