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시한을 하루 앞둔 23일, 여야는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24일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등을 하지 않으면 탄핵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힘은 “탄핵 인질극”이라며 맞받았다. 한 권한대행 탄핵 소추안 가결 의원 정족수를 두고서도 여야는 맞붙었다. 정부가 특검법 처리에 미온적인 입장을 내놓자 민주당은 “적절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재차 엄포를 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24일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는다면 그 즉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까지 탄핵 소추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나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만 민주당은 공세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 심판 서류를 수령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며 ‘국정 안정을 위해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가 먼저’라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무위원들을 한꺼번에 탄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을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무위원 5명을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의결을 못 하고, 올라가 있는 법안은 자동으로 발효된다. 거기까지도 따져봐야 하는 아주 위중한 시점”이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국제사회가 헌법적, 법적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며 한 권한대행에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절차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탄핵이라는 칼을 대통령 권한대행 목에 들이대고서,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찌르겠다는 탄핵 인질극”이라고 비판했다. 또 “탄핵소추가 진행된다면 이는 명백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라며 대통령 탄핵 소추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총리 시절 행위에 대해서만 탄핵사유로 삼으려 한다”고 말한 것을 정조준한 셈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대행하는 중이라며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151석만 있으면 탄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국회 재적 3분의 2인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민주당 제시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은 (특검법 안건 상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노 의원이 말한 ‘국무위원 5명 탄핵’에 대해서는 5명이 추가 탄핵되면 국무회의 의결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히면서도 “책임 있는 원내1당이 그런 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말씀하신 거라 생각하긴 어렵다”라고 민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3가지 기준(헌법·법률·국가의 미래)을 내세워온 한 권한대행은 이날 경제 6단체 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해당 기준을 재차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지켜 우리나라가 법치주의·민주주의에 강한 나라로 다시 각인되도록 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결정이 되도록 정책 간 일관성·정합성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대행 체제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시 압박에 나섰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경고가 아니다. 한 권한대행이 정국에 맞는 적절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탄핵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의원들 분위기는 언제 탄핵안을 내더라도 이견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