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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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인물 경고’ ‘테러 제보’ 무시… 독일 당국 책임론

200명 사상 ‘성탄마켓’ 사전 인지 정황

“용의자 폭력적 언행” 사우디 통보 묵과
제보자엔 처리 대신 경찰에 연락 답변
길목 장애물 등 안전 통제 조치 소홀도

독일 당국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테러 용의자가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며 거센 책임론에 휩싸였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이민당국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용의자 탈렙 알압둘모센(50)이 테러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도 이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제보자에게 경찰에 연락해 보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장터가 텅 비어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또 지난해 사우디 당국은 탈렙이 위험인물이라고 독일 정부에 통보했으나, 수사당국은 통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지난 10월 말 쾰른의 한 법정에서 폭력적 돌발행동을 하면서 판사를 협박했으며, 이때를 전후해 직장인 공공 정신병원에서 휴직했다. 독일 망명 이전에도 폭력과 협박 등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부 장관은 “용의자의 프로파일이 기존의 어떤 틀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선 안전을 위한 통제 조치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응급환자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앰뷸런스 진입이 가능하도록 주변 길목의 콘크리트 장애물들이 치워져 있는 상태였다. 치워진 장애물을 대신해서 경찰이 밴을 배치해 길목을 가로막았어야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용의자는 이 길목을 거쳐 BMW 승합차를 몰아 장터에 돌진했다. 그 결과 9세 소년과 성인 여성 4명 등 5명이 숨졌고, 중상자 41명을 포함해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테러로 사망한 소년 안드레 글라이스너. 데지레 글라이스너 페이스북 캡처

이번 테러로 희생된 9세 소년 안드레 글라이스너의 어머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드레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고 우리와 9년밖에 함께 지내지 않았는데 왜…”라며 “우리 작은 테디베어, 너는 언제나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을 거야”라고 비통해했다고 BBC방송 등은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