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월 112만 원이라는 낮은 소득으로 서울에서 숙소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실태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생활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9월 급여 183만 원 중 약 71만 원(40%)이 각종 공제로 차감됐다. 여기에는 숙소비 53만 9000원과 통신비 3만 3000원 등이 포함됐다.
가사관리사들이 거주하는 숙소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으며, 높은 숙소비로 인해 실질 소득은 112만 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 서울에서 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사관리사들 사이에서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가사관리사는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다 보니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업무량 과다 문제도 제기됐다. 필리핀에서 교육받은 내용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청소와 빨래 등 단순 가사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근로자는 “방 5개 청소와 손세탁 등 과도한 업무를 쉬는 시간 없이 8시간 동안 해야 한다”며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출퇴근 시간까지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숙소에서 은평구와 강서구 등으로 이동하며 2곳 이상의 가정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왕복 4시간의 이동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시범사업 규모를 12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송출국 다양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정부의 성급한 사업 추진을 지적하며 “임금, 업무, 주거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이 진행됐다”며 “확대가 아닌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정책 방향 수정과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