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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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연장계약 받아들일걸…” 데뷔 시즌 53홈런→6년 226홈런의 거포 피트 알론소, FA 시장서 ‘허드슨강 오리알’ 신세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구단주 스티브 코헨은 메이저리그 구단주 중 최고의 부호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부호’ 순위에도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는 자산가로 최근 발표된 자료에서 순자산은 198억달러(약 28조7892억원). 세계 97위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최근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꼽히는 후안 소토 영입 쟁탈전에서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소토를 품었다. 코헨이 소토에게 안긴 계약은 15년 7억6500만달러.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규모 계약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돈을 푸는 코헨이지만, 메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피트 알론소는 코헨이 원망스러울 법 하다. FA 시장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거포인 알론소의 FA 계약 체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알론소는 데뷔 시즌인 2019년, 마이너리그 시절 때부터 20-80 스케일 기준 80점 만점을 받은 압도적인 파워를 앞세워 신인 타자 관련 역대 홈런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알론소의 2019시즌 최종 성적표는 타율 0.260(597타수 155안타) 53홈런 120타점. OPS는 0.941이었다. 53홈런은 애런 저지가 2017년 기록한 신인 타자 역대 최다 홈런(52개)을 1개 차이로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타율이 낮고, 삼진(183개)이 지나치게 많다는 게 지적됐지만 50개 이상 홈런을 때려냈기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알론소는 이후에도 홈런에 관한한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에도 57경기 16홈런을 때려낸 것을 시작으로 2021시즌 37홈런, 2022시즌 40홈런, 2023시즌 46홈런, 2024시즌 30홈런까지. 162경기로 치러지는 정상적인 시즌엔 30홈런을 모두 넘겼다. 메츠 프랜차이즈 역사상 40홈런 시즌을 세 차례 만든 것은 알로소가 최초다.

 

메츠는 2023시즌 도중 알론소에게 7년 1억5800만달러의 연장계약을 제의했다. 연평균 22570만달러에 이르는 대형계약이었지만, 알론소는 연장계약안을 거부했다. 2024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으면 더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2024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왔지만, 알론소를 향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1루수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다. 최근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는 1루수들의 연쇄 이동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워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3년 6000만달러의 계약에 합의했고, 폴 골드슈미트는 뉴욕 양키스와 1년 1250만달러에 계약했다. 워커를 잃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트레이드로 조시 네일러를 품었고, 클리블랜드는 네일러의 빈 자리를 베테랑 카를로스 산타로 메웠다.

 

이런 상황이지만, 알로소에겐 이적설조차 잘 나지 않고 있다. 알론소 입장에선 지난 시즌 거절한 연장계약안 이상의 계약을 원하는데, 그런 거액을 주고 영입할 구단이 없다는 얘기다.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는 워커가 휴스턴과 계약을 맺은 후 “알론소는 현재 시장에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 현지에서는 알론소가 메츠와 헐값에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구의 꽃인 홈런을 때려내는 능력만큼은 최상급인 알론소가 왜 시장에서 인기가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홈런만이 유일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34홈런을 때려내긴 했지만, 타율은 0.240에 그쳤다. OPS도 0.788로 데뷔 후 처음으로 0.8이 깨졌다. 삼진도 172개나 당했고, 수비나 주루도 1루수 중에서도 떨어지는 편이다.

 

알론소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메츠와 헐값에 계약을 하거나 단년 혹은 1+1 계약을 통해 FA 재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2025시즌에 40홈런 이상, 타율 0.280 이상 등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2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손에 쥘 수 있다. 과연 알론소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