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배구여제’ 김연경이 폭발해줘야 한다. 개막 14연승으로 ‘무적행진’을 보이다 최근 3위 정관장(17일 1-3 패), 2위 현대건설(20일 0-3 패)에 연거푸 패하며 2연패를 당한 흥국생명.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김연경이 평소보다 더 공수에 걸쳐 활약을 해주는 것만이 답이라는 결론이다.
최근 2연패로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흥국생명은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김천체육관에서 열리는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경기를 치른다.
지난 17일 정관장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투트쿠(튀르키예). 20일 현대건설전에 이어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결장한다. 투트쿠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해 4~6주의 결장이 예상된다. 흥국생명 프런트는 발빠르게 대체 외인 영입에 나섰고, 협상 중이다. 2년 전 현대건설이 개막 15연승을 기록했으나 13경기만에 허리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던 야스민의 회복과 복귀만을 기다리다 대업을 그르친 것을 타산지석 삼아 빠르게 대체 외인을 데려온다는 방침을 세운 흥국생명이다.
계약을 체결해도 비자 문제에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워낙 세밀한 전술과 움직임을 요구하기 때문에 흥국생명 배구에 녹아드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3라운드 남은 일정은 물론 4라운드 초반까지도 국내선수들과 아시아쿼터 아닐리스 피치(뉴질랜드)만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투트쿠 없이 치른 지난 20일 현대건설전은 올 시즌 흥국생명이 치른 경기 중 최악이었다. 공수에서 어느 것 하나 상대를 흔들만한 요소가 없었다.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지 않는 고예림의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려 10연속 실점을 하기도 하고, 수비 조직력도 평소답지 못했다. 팀 블로킹도 단 1개에 그쳤다.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천하의 김연경마저 6점, 공격 성공률 25%에 그쳤다. 올 시즌 최저 득점, 최저 공격 성공률이었다.
한국도로공사가 6위에 처져있긴 해도 현대건설전과 같은 경기력을 재현했다간 완패당할 수밖에 없다. 투트쿠의 공백으로 인한 공격 화력의 약화를 기본기인 서브 리시브와 수비, 블로킹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투트쿠 자리에 들어가는 김다은, 문지윤, 최은지 등이 힘을 합쳐 1인분 역할을 해내야 한다.
흥국생명에 맞서는 한국도로공사는 3라운드에서 2승2패를 거두며 서서히 경기력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183cm의 단신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니콜로바(불가리아)의 경기력이 여전히 아쉽지만, 대체 아시아쿼터 선수로 다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힌 타나차(태국)가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만 해도 공격력은 보통 수준에 리시브가 워낙 흔들려 코트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던 타나차지만, 대체 외인으로 다시 V리그를 밟은 이후 180도 달라졌다. 리시브가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공격력이 훨씬 강해졌다. 지난 15일 현대건설전 23득점에 이어 1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무려 28점을 몰아치며 2경기 연속 팀 최다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연봉퀸’ 강소휘도 30% 후반대에 머물렀던 공격 성공률이 3라운드 들어 42.38%까지 올라오며 제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냉정히 투트쿠가 빠진 흥국생명의 공격력보다 한국도로공사의 화력이 더 세 보인다.
과연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잡고 연패를 끊고 한숨을 돌릴 수 있을까. ‘배구여제’ 김연경의 하드캐리가 나와야만 하는 흥국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