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되어 있던 가수 이승환의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대관 취소 결정으로 인해 무산된 가운데 음악인들이 김장호 구미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구미시 결정에 유감을 표한 이승환은 오히려 추가 공연 문의가 늘고 있다며 전국 투어 일정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음악 창작자와 실연자, 프로듀서, 평론가 등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2645명이 모인 ‘음악인선언 준비모임’은 23일 밤 ‘노래를 막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예술가의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이라며 “김장호 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음악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이승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음악가들은 큰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며 “구미시가 제시한 ‘안전상의 우려’는 행정이 해결해야 할 갈등을 회피하고, 공연 취소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같은 날 오전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이승환의 콘서트를 취소한다”며 “이는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다”고 알렸다.
김 시장은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며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취지, 서약서 날인을 거절한 점,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대관을 취소한다”며 말했고, 구미시도 기획사 ㈜하늘이엔티에 관련 공문 발송으로 대관 취소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에 이승환은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구미시에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이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맞섰다.
한편 이승환은 이날 저녁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구미 공연 취소 기사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유치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에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7월까지 헤븐 투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