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이른바 ‘황금폰’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나눈 통화녹음을 확보했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가 제출한 황금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1개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2022년 5월9일 나눈 통화녹취 파일 2건을 확보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 하루 전날이자, 2022년 6·1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공천후보 발표 전날이다. 검찰은 명 씨가 이날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2분 32초간 통화하고 50여 분 뒤 김건희 여사와 1분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31일 공개한 이날 녹음파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김영선이를 (공천)해 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에는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녹음 외에 윤 대통령이 당시 공관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을 직접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 씨가 “한 말씀 드리면 경남에 여성 국회의원이 없었다”고 윤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읍소하자, 윤 대통령은 “알았어요.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 (윤상현이)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 녹취는 그동안 윤 대통령의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 지난달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누구를 공천 줘라, 이런 얘기를 해본 적 없다” “그 당시에 (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같은 날 명 씨와 김 여사가 나눈 통화녹음도 확보했다. 명 씨와 윤 대통령 간의 통화가 끝난 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이 (김영선 공천 관련) 지금 전화했다”며 다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권성동, 윤한홍이 (김 전 의원 공천) 반대하는 거죠”라며 “걱정하지 마세요. 잘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에 명 씨는 “감사하다”며 “내일 (대통령 취임식) 뵙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지난 대선 전후로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시지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시지에는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이른바 ‘명태균 보고서’로 불리는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 파일을 전달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 씨가 2022년 3월 치러진 대선 기간을 포함해 2019년 9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사용한 ‘황금폰’ 등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를 명 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벌였다. 황금폰에는 명 씨가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나눈 통화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