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가 배우자를 때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중장년기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40%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즈위안 우(Zhiyuan Wu) 교수팀은 2011년 6월~2020년 12월 45세 이상 중국인 1만42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기 경험과 심혈관 질환 간 관계를 평균 9년간 추적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17세 이전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상대를 때린 적이 있느냐’고 묻고, 이후 ‘심장마비, 협심증,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또는 기타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어렸을 때 부모 사이의 폭력에 노출된 것과 심혈관 질환 위험 사이 연관성을 조사하고, 우울증 여부를 조사해 부모 간 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혈관 질환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참가자 중 872명(8.4%)이 부모 간 신체 폭력에 노출된 적 있다고 답했다.
추적 기간 심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은 총 2415명(23.2%)으로, 이 중 심장 질환이 1848명(17.7%), 뇌졸중 822명(7.9%) 등이 포함됐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 간 신체적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심혈관 질환 누적 발생률이 36% 높았고, 뇌졸중 위험은 28% 더 증가했다. 또 부모 간 폭력에 노출된 참가자는 우울 증상 유병률도 높았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부모 간 신체적 폭력이 심혈관 질환 간 연관성의 11.0%를 매개했다”며 “이는 부모 간 폭력 요인을 해결하고 가정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전략과 정책적 노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은 심혈관 질환의 장기적 위험과 관련이 있지만, 부모의 폭력적 행동과 심혈관 질환의 세대 간 연관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부연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학협회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지난 2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