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높으면 경기침체 상황에도 금리를 인하하는데 상당한 부담이 되고, 고금리 상황은 경기침체에 이어 부동산 시장 찬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불확실성은 내년 상반기에는 어떻게든 해소될 것"이라며 "당장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 그리고 그에 따른 금리"라고 강조했다.
◆ 무감각해진 1450원대 환율...금리·계엄 등 곳곳 악재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6.4원으로 마감했다. 올들어 최고치다.
환율이 1450원대를 연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뜻을 밝힌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경기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은 데다, 인플레이션의 둔화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연준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인 게 금리인하에 대한 속도조절을 하게 된 배경이 됐다.
또 12.3 비상계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 관세부과 등 가능성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 환율 고공행진에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 불가피
환율이 높아지면 일부 업종에서는 수출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지만,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져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은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항공업계, 철강업, 석유화학업계, 정유업계 등이 꼽힌다.
여기에, 건설업계의 타격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예상했듯이 내년 금리 인하가 두 차례 이상 이뤄질 경우, 향후 2027년까지 공급 물량 감소와 더불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6만4425가구로, 올해(36만3851가구)보다 27.3%(9만9426가구) 감소할 예정이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2026년은 15만8000가구, 2027년은 17만9000만 가구로 더욱 줄어들게 된다. 지난 2~3년간의 착공 부진이 향후 입주물량 부족으로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 고환율 지속 여파..."내년 집값 오를까? 내릴까?"
하지만 현재 상황은 반대로 금리 인하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거나 오히려 올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금리 인하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인 바 있다.
이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특히 몇년째 원자재값 상승과 이자 부담 등을 겪은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환율 상승으로 금리 부담도 더 커지고 철근과 모래, 유연탄 등 수입 비중이 높은 건설자재 가격도 더 오를 수 있어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에 따르면 지난 9월 공사비지수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이 지수는 올해 9월까지 30% 넘게 오른 것이다.
건설사들이 높아진 비용 부담을 분양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하겠지만, 이런 경우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김 소장은 "수도권 신축이나 강남 지역 위주의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