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만 29% 오를 때 코스피 8%↓…‘韓 최악 성적표’

세계일보, 亞 8개국 주요 지수 변동률 조사

2024년 中 상하이·日 닛케이 두 자릿수 상승
2.4% 내린 印尼 IDX와 더불어 ‘마이너스’
시총 1위 삼성전자 부진?정치 불안 겹쳐
대만과 시총 격차 1352조원으로 벌어져

“상장사 절반 무위험수익률 달성 못 해
주주환원 확대·기업 체질개선이 타개책”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 금지

올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에서 코스피의 하락세만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 및 연말에 돌출된 윤석열정부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 사태가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현상)’도 코스피 부진의 한 요소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세계일보가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가 및 한국 등 8개국의 지난해 말 종가 대비 이날까지의 주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는 -8.09%를 기록해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2.42%)와 더불어 유이하게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가 28.94%로 가장 크게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14.07%), 일본 닛케이225(16.65%)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의 ‘나 홀로 부진’은 시야를 넓히게 되면 더욱 또렷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 87개를 봐도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76위에 그친다. 심지어 ‘꼴찌’인 87위는 올해 21.62%나 급락한 코스닥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7일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9500억달러(약 1352조원)로 벌어졌다면서 한국 경제 상황이 세계적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테크 라이벌’ 대만과 대조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 시총의 3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주가는 올해 들어 82.1% 오르면서 대만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는 AI 분야 주력 상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 경쟁에서 뒤처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말 대비 이날 종가 기준 30.7%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8만 전자’를 넘보던 모습에서 ‘5만 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삼성전자(보통주 기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1.5%에서 지난달 16.27%로 5%포인트 이상 빠졌다.

 

삼성전자의 하락도 영향을 끼쳤지만,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30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23일 종가 기준 -3.11%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5.83%보다는 나은 수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미국 CNBC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주가 부양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약과 비상계엄 등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상호 연구위원 등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년을 누적한 주식수익률 성과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기업이 52%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만성적으로 낮은 데서 제기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과 맞닿아 있으나 본질은 저하된 수익력과 저조한 주주환원이 투영된 적정한 평가에 더 가깝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초여건을 갖춘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의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타개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 3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장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회사 지배주주가 자사주의 신주배정을 통해 인적분할로 새로 만든 회사에서도 손쉽게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어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금융위는 금지조치로 인해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용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