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자 곧바로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한 권한대행은 ‘쌍특검’과 관련해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이에 민주당은 “내란의 잔불을 진압하겠다”고 발끈했다. 민주당은 당초 어제 탄핵안을 발의하려 했으나,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지켜본 뒤 26일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연말 정국이 또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특검법 공포 및 거부권 시한은 내달 1일인데 민주당이 서두르는 셈법은 뻔하다.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을 조속히 끌어내겠다는 속셈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한 여권 흠집 내기 성격도 강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일괄 탄핵해 국무회의의 의결 기능을 무력화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국무위원이 15명 이하이면 국무회의 기능이 상실되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자동으로 발효된다는 논리다. 이런 무지막지한 주장을 내놓는 민주당을 과연 공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탄핵당하면 국정 마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비상계엄 사태로 이미 한 차례 대한민국의 국제 신인도에 금이 간 상태에서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면 한국은 또다시 국제 망신을 당하게 된다. ‘대통령 대행의 대행’이 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자신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탄핵할 것인가. 이재명 대표도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은 (한 대행에 대해)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한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며 비상계엄선포 직후 불신을 드러낸 미국 정부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제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이 대표 앞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 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특검법은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권을 독점하게 돼 있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 훼손,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침해라는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탄핵 정국이라고 해도 헌법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에 앞서 이것이 불러올 후폭풍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벼랑 끝에 선 나라를 생각한다면 26일부터 가동되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위헌성을 없앤 새 특검 법안부터 마련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