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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만 증시 ‘뛰는’동안 코스피는 ‘뒷걸음’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에서 코스피의 하락세만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부진 및 연말에 돌출된 윤석열정부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 사태가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현상)’도 코스피 부진의 한 요소다. 세계일보는 25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달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2월 소비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442.01)보다 1.49포인트(0.06%) 내린 2440.52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79.24)보다 0.87포인트(0.13%) 하락한 680.11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2.0원)보다 4.4원 오른 1456.4원에 마감했다. 뉴시스

◆亞 증시 중 코스피만 5% 넘게 떨어졌다. 

 

24일 세계일보가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가 및 한국 등 8개국의 지난해 말 종가 대비 이날까지의 주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는 -8.09%를 기록해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2.42%)와 더불어 유이하게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가 28.94%로 가장 크게 상승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14.07%), 일본 닛케이225(16.65%)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보였다. 

 

코스피의 ‘나 홀로 부진’은 시야를 넓히게 되면 더욱 또렷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 87개를 봐도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76위에 그친다. 심지어 ‘꼴찌’인 87위는 올해 21.62%나 급락한 코스닥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7일 한국과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차이가 9500억달러(약 1352조원)로 벌어졌다면서 한국 경제 상황이 세계적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테크 라이벌’ 대만과 대조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 시총의 3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주가는 올해 들어 82.1% 오르면서 대만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는 AI 분야 주력 상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 경쟁에서 뒤처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말 대비 이날 종가 기준 30.7%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8만 전자’를 넘보던 모습에서 ‘5만 전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삼성전자(보통주 기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1.5%에서 지난달 16.27%로 5%포인트 이상 빠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하락도 영향을 끼쳤지만,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30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지수’는 23일 종가 기준 -3.11%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5.83%보다는 나은 수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미국 CNBC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주가 부양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약과 비상계엄 등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불확실성이 더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계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상호 연구위원 등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년을 누적한 주식수익률 성과가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무위험수익률보다 낮은 기업이 52%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만성적으로 낮은 데서 제기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과 맞닿아 있으나 본질은 저하된 수익력과 저조한 주주환원이 투영된 적정한 평가에 더 가깝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초여건을 갖춘 대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의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타개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 3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장법인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회사 지배주주가 자사주의 신주배정을 통해 인적분할로 새로 만든 회사에서도 손쉽게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어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24일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골목 식당 앞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 있다. 뉴시스

◆12월 소비자심리지수 12.3p↓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 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 대비 낙관적, 100 이하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CSI는 5월 98.4에서 6월 100.9로 오른 후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100.0을 상회했지만, 이달 들어 7개월 만에 다시 100.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현재경기판단(52·-18포인트) 지수가 가장 많이 하락했다. 2020년 3월(-28포인트)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향후 경기전망(56·-18p)도 2022년 7월(-19포인트)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현재생활형편(87·-4포인트), 생활형편전망(86·-8포인트), 가계수입전망(94·-6포인트), 소비지출전망(102·-7포인트) 등도 일제히 내렸다.

 

한은 황희진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가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으로, 11월(109)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 둔화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지수는 지난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석 달 연속으로 내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