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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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조선, 정다운 부모님" 파병됐다 숨진 북한군 손 편지 공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손편지가 공개됐다.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군 병사가 품고 있던 손편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한 장의 구겨진 손편지를 공개하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볼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저의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인 송지명 동무의…건강하길 진정으로 바라며 생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

 

편지에 적힌 날짜는 이달 9일이었다. 작성해 놓고 전달하지 못한 편지이거나 초고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크라군은 병사가 지니고 있던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정경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이건 노획한 공책의 항목 중 해독된 일부다. (공책의) 다른 항목의 번역이 진행 중이고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축하하려는데 파티를 여는 대신 남의 땅에서 기관총을 들고 참호를 판다면 촛불 꽂힌 케이크가 우크라이나산 5.56구경 납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수행 중이다. 1만1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도 대부분도 이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군 일부가 이달부터 전투에 투입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군 병사들은 뻥 뚫린 개활지에서의 전투, 살상용 드론 등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소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편지를 갖고 있던 북한군 병사의 시신과 신분증.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이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군에 추가 병력과 군사 장비를 파견할 위험이 있으며 우리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대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의 취재에 응한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북한의 파병은 북한의 구상이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것을 신속히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의 파병은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속에 병력 수급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준 일이라는 것이 서방의 주된 평가였는데, 러시아가 먼저 파병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제안한 것이라는 게 미 정보 당국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