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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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에서 한 시즌 만에 ‘복덩이’로 거듭난 타나차, 도로공사의 중위권 도약 이끈다

프로배구에 아시아쿼터가 처음 도입된 2023~2024시즌. 여자부 도로공사는 4순위 지명권으로 태국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 출신인 타나차 쑥솟을 뽑았다. 아포짓 출신답게 공격력은 꽤 괜찮았지만, 리시브가 문제였다. 상대 목적타 서브에 흔들리는 모습이 빈번하게 나오면서 코트 밖으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당연히 도로공사는 재계약하지 않았다. 타나차는 다시 한 번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V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그를 불러주는 팀은 없었다.

 

도로공사가 2024~2025시즌 아시아쿼터로 뽑은 선수는 쿠바와 카자흐스탄 이중국적 보유자인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등록명 유니). 189cm의 신장에 공격력이 괜찮다는 평가에 3순위로 지명했다.

 

그러나 통영 KOVO컵에서 첫 선을 보인 유니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무엇보다 리시브 실력이 처참했다. KOVO컵 3경기 중 2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0%를 기록할 정도였고, 그나마 1경기는 8%에 그쳤다. 공격은 그나마 나았지만, 리시브에서의 마이너스를 상쇄시킬 수준은 아니었다. V리그 개막해서도 리시브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단 2경기에서 7득점, 공격 성공률 35%, 리시브 효율 11.76%를 남기고 기량 미달로 일찌감치 퇴출됐다.

 

도로공사는 아시아쿼터 빈자리를 찾기 위해 한 달을 넘는 시간을 물색했지만, 리시브가 되는 아웃사이드 히터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다시 타나차를 선택했다. 루마니아리그에서 뛰고 있어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V리그 경험을 고려한 영입이었지만, 과연 팀 전력에 보탬이 될까라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미운 우리 새끼’였던 타나차. 우여곡절 끝에 V리그에 재입성한 타나차는 이제 ‘복덩이’가 됐다.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달라져 돌아왔다.

 

리시브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5경기에서 기록한 리시브 효율은 30.20%로 지난 시즌(26.62%)보다 소폭 나아진 수준이다. 다만 특유의 탄력을 앞세운 공격력이 몇 배나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V리그 재입성 세 번째 경기였던 지난 15일 현대건설전 23점을 시작으로 1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28점을 몰아쳤다. 두 경기 연속 팀 내 최다득점이었다.

 

지난 24일 김천 홈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도 타나차의 상승세는 계속 됐다. V리그 입성 후 최고인 48.00%의 공격 성공률로 14점을 몰아쳤다. 이 역시 팀 내 최다득점이었다. 타나차가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다 보니 오른쪽의 니콜로바(불가리아)는 물론 배유나, 김세빈의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전들의 고른 활약 속에 도로공사는 투트쿠(튀르키예), 피치(뉴질랜드) 등 외인 공격수들과 주전 리베로 신연경까지 빠진 ‘부상병동’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며 2연승을 달렸다. 도로공사의 올 시즌 첫 셧아웃 승리이자 첫 연승이었다. 승점 3을 챙긴 도로공사는 승점 15(5승12패)로 5위 페퍼저축은행(승점 16, 5승11패)에 바짝 따라붙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는 FA 최대어였던 강소휘에게 보수상한선인 8억원을 꾹꾹 눌러담아 ‘연봉퀸’을 만들어주며 영입했지만, 외국인 선수 니콜로바가 단신(183cm)의 한계로 인해 공격에서 제 몫을 못해주면서 하위권에 처졌다.

 

타나차 영입으로 도로공사의 팀 분위기는 한층 살아나는 모양새다. 단 한 시즌 만에 팀 공격을 이끄는 ‘복덩이’로 거듭난 타나차가 도로공사의 상승세를 이어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