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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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수리조합이 ‘기록문화’ 공간으로…익산시민역사기록관 준공

전북 익산 도심권 남부 평화동에 자리한 옛 익옥수리조합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일본인 농장 지주들이 미곡 생산량을 늘리려 지은 사무소다. 지역 토지 개량과 수리 사업을 명분으로 설립됐으나, 과다한 공사비와 수세를 지역 농민들에게 부담시켜 이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등 우리나라 근대 농업 수탈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익옥수리조합 건물이 시민의 기록을 한데 모아 근대 지역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관으로 재탄생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으로 재탄생한 익옥수리조합 건물. 익산시 제공 

25일 익산시에 따르면 사업비 11억원을 들여 익옥수리조합을 ‘익산시민역사기록관’으로 새로 단장해 최근 준공식을 했다.

 

기록관은 시민이 기증한 9000여 점의 기록물을 전시·교육·체험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록문화공간이다. 지상 2층(연면적 484.3㎡) 규모로 기존 사무동과 창고동을 개조해 만들었다.

 

내부에는 익산의 변천사, 시민 생활사 등 도시와 구성원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제로 꾸몄다.

 

1층은 상설전시실과 보이는 기록 수장고, 익옥수리조합 금고, 기록물 기증자들을 위한 명예의 전당 등으로 구성했다. 기록을 통해 삶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일제에 의한 근대 농업의 슬픈 역사와 기록관 조성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이 개관한 23일 정헌율 익산시장 등 관람객들이 내부 전시기록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익산시 제공

2층은 교육 기록물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실과 교육·체험 공간, 기록작업실로 구성돼 있다. 교육 관련 기록은 기증 자료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시를 통해 교육도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3층 지붕층은 목조 트러스 기법이 적용된 맨사드형 지붕의 원형이 보존돼 있어 1930년대 건축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지붕층은 윤동주의 생애를 그린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창고동에는 내부에 설치된 사진 기계로 찍은 사진이 큰 화면으로 전송돼 몰임감 있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기록 실감 창고와 기록 우체국 등이 조성돼 있다.

 

이 기록관은 조성 전부터 개관 후 운영까지 시민의 참여가 돋보이는 시민 주도형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더한다. 익산시는 기록관을 조성하기 위해 2021년부터 민간 기록물 공모전을 통해 시민들이 기증한 기록물 9000여 점을 수집하고 현대 기술을 접목해 모든 세대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자료로 재탄생시켰다.

 

익산시는 기록관이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만큼 앞으로도 시민이 주도해 만드는 열린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익산근대역사관과 익산항일독립운동기념관, 솜리문화금고, 근대역사문화공간과 연계해 지역 근현대사 관광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열린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준공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개관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익산시 제공

한 기증자는 “지역의 소중한 기록물이 영구 보존되길 희망했는데, 기록관이 만들어져 기쁘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록물이 모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후대에 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익산시민역사기록관 준공은 개인의 기록이 지역의 기록유산으로 재탄생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기록물 기증과 기록관 건립에 함께 해준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