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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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후주거지 정비 새 모델 ‘모아타운’

1960∼1970년대 서울은 전쟁 이후 과정에서 무질서하게 건물이 지어져, 도로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재난·방화에 매우 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주택재개발사업이 시작됐고, 동시에 택지개발과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도로와 필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여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서울의 주거지는 택지개발 및 재개발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형성된 단독·다세대 주택지로 구분된다. 과거 열악했던 주거지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한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은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지역들은 주차난, 녹지 부족으로 생활환경이 열악하며,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신중진 성균관대학교 교수·건축학과

이들 지역은 구축·신축 건축물이 혼재해 있고 일정 수준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어, 과거처럼 열악한 기반시설과 노후·불량주택을 일시에 철거하고 대규모로 정비하는 전통적인 재개발 유형으로는 효과적인 개선이 어렵다. 이런 한계 극복을 위해 2012년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 유형이 도입됐고, 2018년에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제정돼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정비사업이 법제화됐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작고 층수 제한 등으로 활성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2022년 1월 서울시는 ‘오세훈표 모아주택·모아타운’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서 주요 가로를 유지하면서 핀셋처럼 필요한 구역만 정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소규모 정비방식을 채택하면서 모아타운 관리계획을 수립해 사업구역 간 통합, 입체적 정비,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으로 사업 여건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정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기존 소규모 정비방식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모델로 평가된다.

모아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도시 구조를 살리면서 주민 주도로 지속 가능한 주거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재개발이 전면 철거와 대규모 개발을 통해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모아타운은 필지 소유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점진적인 정비를 추구한다. 특히 주차 공간 부족, 녹지 비율 저하 등 저층주거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과 공공시설 확충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 신속한 행정 절차를 통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착공한 번동 모아타운 시범사업은 이런 정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 5개 블록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하 주차장을 공동으로 설치해 주민 편의를 개선했다. 또한 기존 가로를 활용해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과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함께 조성하고 운영하는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시설들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주민 간 소통과 교류를 촉진해 지역과 상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도 모아타운이 서울 곳곳으로 확산하여 더 나은 주거환경 조성과 주민이 자발적으로 저층주거지를 정비하는 사업으로 더욱 활용되리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주민과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협력 그리고 행정의 꼼꼼한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아타운이 서울의 저층주거지 문제를 해결하는 선도적인 정비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신중진 성균관대학교 교수·건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