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韓 ‘성탄절 숙고’… 헌법재판관 내주고 쌍특검 거부 가능성

공개 일정 없이 장고 이어가
내란·김여사 특검 거부권 놓고
헌법재판관 임명 활용할 수도

26일 마용주 후보 청문회 앞두고
대법 “권한대행 대법관 임명 가능”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일단 보류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는 엄포를 놓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성탄절인 25일 공개 일정 없이 심사숙고를 이어갔다.

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등과 관련해 ‘헌법·법률·국가의 미래’라는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예단 없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뉴시스

총리실은 ‘쌍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현안”이라고 보고 있다. 여야가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국회가 타협안을 마련해줄 것을 역제안했지만 야당은 이를 책임 회피로 보고 탄핵안 추진 카드를 뽑아 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헌법을 위배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답변에서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대법원장의 제청, 대통령의 제청 수용 및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이 완료됐고,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국민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통한 동의 절차도 거쳤다면 삼권분립 등 헌법상 제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임명절차가 지연돼 공백이 발생한다면, 대법원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이 장기간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뉴시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절차는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넘어오면 대통령이 이르면 해당 날짜에 그대로 임명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절차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권한대행이 행사 여부를 고민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날 대법원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법관 임명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을 명분은 한층 약해졌다.

그럼에도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두고 장고를 이어가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바탕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기 힘들다고 할지라도,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이나 쌍특검법 처리 등을 두고 야당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탄핵 압박을 받아온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 다른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협상카드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당초 24일까지 특검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즉각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경고한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켜보겠다며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오랜 숙고 끝에 야당에 일종의 ‘선물’로 내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맞교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27일 국회 본회의에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한 권한대행과 총리실은 이미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의 위헌성을 강조하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 내놓은 바 있다. 이 경우 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새로운 시한으로 제시한 27일 오전까지 숙고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편 국회는 김상환 대법관 후임 자리에 제청된 마용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26일 실시한다. 대법원장은 11월26일 마 후보자를 임명제청했고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의결(14일) 전인 12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했다.


박지원·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