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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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핏줄’ 돈은 어디로 흐르나

고대∼현재까지 금융의 역사 간파
세계 통화 권력 특정 국가에 집중
외환거래액 英 43% ‘1위’… 美 이어
금융산업·학계, 미국·남성 중심
이주노동자 송금액 현황도 한눈에
방대한 숫자 지도·그래픽으로 정리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 다리우시 보이치크/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그림/ 윤종은 옮김/ 윌북/ 3만3000원

 

1995년 이후 전 세계 성인 대다수의 자산은 매년 3∼4%씩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위 1%의 자산은 9.3%씩 빠르게 불었다. 지난 25년간 상위 1%는 전 세계에서 새로 증가한 부의 38%를 가져갔다. 반면 하위 50% 몫으로 돌아간 건 고작 2%에 불과하다.

돈은 끊임없이 흐른다. 중하위 계층에서 부유층으로, 국가에서 국가로. 금융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핏줄이다. 세계 지도 위에 금융의 흐름과 분포를 올려보면 금융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신간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은 돈에 얽힌 방대한 숫자를 지도와 그래픽으로 정리해 금융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신간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지도책’은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지도와 그래픽으로 정리해 복잡한 금융의 속살을 한눈에 보여준다. 월북 제공

이 책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시작하는 금융의 역사를 훑어본 후 자산, 투자, 중개, 위기, 사회 영향 등 금융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금융 데이터를 시각 자료로 정리하고 옆에 관련 주제를 설명해 놓았다. 싱가포르국립대 지리학부 교수이자 옥스퍼드대 지리환경대학원 명예연구원인 저자는 책에 대해 “데이터 과학, 디지털 인문학, 경제학, 사회과학, 디자인을 결합한 금융지리학 설명서”라며 “금융이 어떻게 삶을 개선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해방할 수 있는지 밝히는 동시에 금융이 불평등과 불안정,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다룬다”고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세계 통화 권력은 특정 국가에 집중됐다. 1995∼2019년 세계 외환시장의 거래액은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헤지펀드 활동과 금융 디지털화 때문이다. 통화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거래되는 통화 종류와 거래 장소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리우시 보이치크/ 제임스 체셔·올리버 우버티 그림/ 윤종은 옮김/ 윌북/ 3만3000원

영국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외환거래액의 43%를 점유한 국제중심지다. 영국 안에서도 런던에서 거의 모든 거래가 이뤄진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점유율은 17%로 2위였다. 국가별 일평균 외환거래액은 2019년 기준 영국이 3조5760억달러, 미국이 1조3700억달러다. 아시아권은 홍콩이 6321억달러, 싱가포르가 6399억달러이지만 홍콩 정세가 불안정해진 후 주요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와 일본으로 옮겨가면서 현재는 싱가포르의 거래액이 더 늘어났다.

통화별로 보면 미국 달러의 점유율은 1995년 이후 쭉 80%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화는 2위,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가 각각 3, 4위다. 세계 지도에 외환시장 거래액을 표시해놓고 보면 원화와 한국 외환시장의 위상이 어디쯤인지 한눈에 보인다. 그간 한국이 동북아 금융중심지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들이 별 성과가 없었음도 확인된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금융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학계로 눈을 돌리면 금융과학 분야의 연구생산은 미국·남성 중심임이 드러난다. 2021년 기준 금융 분야 상위 10개 학술지 편집장 20명 중 여성은 5명, 미국 외 국가 기관에 소속된 사람은 3명뿐이다. 또 금융 연구에 기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연구자 19명은 모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당시에도 미국에서 연구 중이던 백인 남성이다.

금융 산업도 성별 불평등이 심각하다. 2021년 금융 분야 세계 상위 275개 기업 중 여성이 최고경영자(CEO) 등을 맡은 곳은 18개(6.5%)에 불과했다. 여성 CEO는 모두 미국, 유럽 기업에 재직했다.

금융 지도를 보면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액의 현황도 알 수 있다. 2019년 전 세계를 오간 송금결제는 5540억달러였으며, 대부분은 이주 노동자가 고향에 보내는 돈이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의 송금액은 2017년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에 이주한 노동자들은 이외에도 중국, 베트남, 필리핀, 과테말라로 많은 돈을 보냈다. 영국 이주 노동자들은 나이지리아, 프랑스는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와 인도, 아랍에미리트는 인도로 송금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사조별·국가별 미술품 투자 수익률, 각국 주식시장에 50년 투자했을 때 수익률, 국부펀드와 세계 빅4 회계법인의 현황 등 다양한 주제를 지도와 그래프로 한눈에 보여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