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를 계기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의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적자를 면치 못한 공항들은 결국 안전 관리를 미흡하게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3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5325억원)과 제주국제공항(606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김포국제공항(360억원) 등 4개 공항만 흑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적자로, 규모만 1449억원이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지난해 적자 규모가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항공 여객 수는 지난 한해 23만명에 그쳤다.
개항 전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 이용객은 예상치의 2.5%에 불과했다.
무안공항은 감사원과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 전신)의 초기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바 있다.
지난해 211억원의 적자를 낸 양양국제공항은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법원의 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개점휴업 상태다.
이용객 166만명을 예측한 양양공항 수요도 지난해 예상치의 7%인 11만명에 머물렀다.
한 저비용항공사에 재직 중인 부기장(8년 차)은 세계일보에 “회사 비행으로 양양공항에 취항한 적이 없다”면서 “양양은 거주 인구 자체가 워낙 적어 굳이 양양공항으로 비행기를 배정하진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뒤이어 울산공항(-195억원), 여수공항(-189억원), 포항경주국제공항(-163억원), 청주국제공항(-122억원), 광주공항(-86억원), 사천공항(-76억원), 군산공항(-58억원), 원주공항(-56억원), 대구국제공항(-40억원)순의 적자 규모를 보였다.
지방공항의 적자를 키운 배경에는 지상 교통수단 발달의 영향이 크다.
1980년대 말 3저 호황과 서울올림픽, 해외여행 자유화 등에 따라 국내 항공 수요가 급성장했지만, 2000년대에 고속도로 신설과 확장, KTX 운행 등 교통수단이 크게 발달했다.
이와 함께 지역 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지방공항에 대한 수요 예측 분석을 낙관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져 실적이 부진해진 지방공항은 결국 관제 시스템이나 조류 퇴치 장비, 안전 인력 등의 관리 예산을 적게 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방공항들은 대개 해당 지역 정치인의 업적 쌓기용의 측면도 있기 때문에 예상 승객 수요나 예비타당성 평가 등을 객관적으로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선을 무리하게 운영하다 보면 이번 케이스처럼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은 10곳에 이른다.
특별법이 통과되거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TK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흑산공항 △제주 2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8곳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검토 중인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까지 포함하면 10곳이다.
현재 공항 건설부터 운영 단계의 예산 전액이 국비로 조달되는 만큼, 공항 수요 예측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100% 투자하고 운영까지 하다 보니 지역에서 손해 보는 것 없이 공항 유치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앞으로 지어질 공항뿐 아니라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공항들에 대해서도 각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추가 재원 투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