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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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영풍 “이그니오로 100배 번 매도자 밝혀야” 고려아연 “흠집 내기”

경영권 분쟁 장외 여론전 격화

2022년 3억달러 투입해 회사 인수
2021년 설립 시 자본금 275만달러
고려아연 “주주간 거래 알 수 없어
정상적 인수 과정 거쳐 절차 진행”

23일 임시주총 ‘집중투표제’ 현안
지분율 낮은 최윤범측 도입 주장
영풍 “소수주주 뜻 반영 안돼” 반대
4.51% 지분 국민연금 등 선택 중요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분쟁이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양측은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론전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MBK·영풍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2년 고려아연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했을 당시 설립되지 얼마 안 된 이 기업을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책정해 매도자들에게 최대 100배라는 수익을 안겨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이 당시 인수대금으로 치른 금액은 약 3억달러인데, 2021년에 설립된 이그니오의 초기 출자 자본금 총액은 약 275만달러로 100배 이상의 이익을 거둔 기존 주주의 정체를 모른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이 납득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인수 당시 구주주를 대표한 회사와 거래했으며 주주 간 거래는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 관계자는 “MBK가 투자를 분석할 때 기본인 딜 구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또다시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에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당시 미국 시장 거래 전문성을 가진 투자기관의 가치평가와 현지 대형 로펌의 정상적인 인수 과정을 거쳐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9∼11월 양측 간 주식 공개매수 경쟁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시도·철회에 이른 ‘1라운드’에 이어 이달 23일 임시 주총을 앞둔 2라운드로 넘어간 형국이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소집 결의로 개최되는 임시 주총에 올라올 안건 중에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대 현안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자 신규 이사 복수 선임 시 주주가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5명 선임 시 1주당 5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데, 해당 주주가 의결권 5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오너 위주의 지배구조를 유지해온 국내 재계는 제도 도입에 소극적이다.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MBK·영풍에 비해 낮은 지분율 때문으로 분석된다. MBK·영풍 측은 지난해 말 기준 발행주식 총수의 40.97%, 자기주식을 뺀 의결권 주식 총수 기준으로는 46.7%를 각각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최 회장 측은 발행주식 총수의 33∼34%에 그친 것으로 짐작된다.

 

최 회장은 최근 주주 서한에서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기업의 지배구조는 지속해서 개선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며 “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이사회는 임시 주총 안건으로 주주 친화적이며 주주권익 보호에 중점을 둔 의안들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집중투표제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해도 소수주주들의 뜻이 관철될 확률이 매우 낮다고 반대한다. 현 지분구조상 소수주주가 선호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얘기다. MBK·영풍은 “이사진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면 주요 주주의 보유 지분을 고려했을 때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1대 및 2대 주주에 한정된다”고 주장했다.

 

양측 지분이 절반을 넘지 못한 만큼 다른 주주의 선택이 안건 통과에 중요 변수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이날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고려아연 주식을 4.51%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말 기준 7.49%에서 일부 차익 시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인 다른 재벌그룹의 보유 지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