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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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1도 최강한파, 심하면 '돌연사'…"심혈관 질환자·고령층 더 위험"

10일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1도까지 떨어지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거센 한파가 닥쳤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저체온증 같은 한랭질환이 증가하는데, 특히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옷을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뉴시스

9일 질병청의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500여 개 응급실에 들어온 한랭 질환자는 142명이다. 한랭질환은 저체온증, 동상 등 추위가 직접 원인이 돼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질환을 말한다.

 

이 중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한랭질환자의 74.6%는 실외에서 발생했고, 85.2%는 저체온증이었다.

 

저체온증은 초기(심부 체온 33~35도) 온몸, 특히 팔과 다리의 심한 떨림이 발생한다. 또 피부에 닭살로 불리는 털세움근 수축 현상이 나타난다.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잠에 취한 듯한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기억력과 판단력, 균형 감각도 떨어진다. 피부 혈관이 수축해 피부가 창백해지고 입술이 푸른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심부 체온이 29~32도로 떨어져 저체온증이 심해지면 의식이 더 흐려져 혼수상태에 빠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느려진다. 몸이 뻣뻣해지고 동공이 확장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 저체온증(심부 체온 28도 이하)의 경우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심실세동(심실이 분당 350~600회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해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상태)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유발돼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정상적인 각막 반사나 통증 반사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한파가 오면 우리 몸은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혈관을 수축하게 되고, 혈압과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해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만성질환자나 고령층은 더욱 위험하다.

 

심혈관 질환자도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 수축과 교감신경 활성화로 심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응고된 피 덩어리)으로 꽉 막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혈압도 오르게 된다. 이후 심혈관 내 기름기가 쌓여 단단해진 섬유성 막인 '죽상경화반'이 파열돼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면 10분 안에 가슴 통증이 대부분 없어지는 협심증과 달리 심근경색은 30분 이상 지속된다. 또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이 어깨나 목, 팔로 퍼질 수 있고 숨이 차거나 식은땀, 구토,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도 유발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은 특별한 증상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기온이 낮은 새벽 외출을 삼가야 한다.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털모자나 장갑, 목도리 등으로 찬 공기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