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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 사는 거 괜찮냐"…악몽 꾸고 가위눌리던 신혼집,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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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입자 사망한 ‘흉사’ 있던 집
집주인·공인중개사, 고지 의무 무시한 채 매매

전 세입자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모르고 집을 임차한 신혼부부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사실이 전해졌다.

 

19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부터 가위눌림과 악몽에 시달렸다는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의 사연이 보도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30대 남편 A씨는 “최근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부터 가위와 악몽에 시달렸다”며 “보일러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신혼집에서 한기가 가시지 않아 닭살이 돋을 정도고, 아내는 향냄새를 맡았다”고 전했다.

 

A씨 역시 화장실을 가다가 소파에서 검은 형체를 보기도 했지만, 3개월 차 신혼이었던 부부는 스트레스로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아랫집 택배가 잘못 배송돼 전달해 주는 과정에서 아랫집 아주머니로부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아주머니는 대화를 나누던 중 “그 집에서 사는 거 괜찮냐”고 물었고, A씨는 “안 그래도 자꾸 밤잠을 설친다. 이 집에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했다. 이에 아주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나는) 말 못 한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A씨의 끈질긴 추궁 끝에 아주머니는 A씨 부부가 이사 오기 전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극단 선택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동네가 뒤집혔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아주머니는 “그 일 이후 아무도 없는 위층 집에서 새벽마다 쿵쿵대는 소리가 나 너무 무서워서 결국 집을 내놨고, 요즘은 딴 데 가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집주인이 일부만 수리하고 바로 세입자를 찾았고, 그게 우리 부부였다”며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강심장’이라고 수군댄 거였다. 우리 부부는 몰랐다. 공인중개사나 집주인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황당해했다.

 

이후 A씨는 집주인인 80대 할아버지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물은 뒤 “전세금을 빼달라”고 했으나 집주인은 “조선 팔도에 사람 안 죽는 집이 어디 있냐”며 “계약 만료될 때까지 전세금 절대 못 준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에도 A씨는 “아내와 함께 같이 자는데, 가위에 눌렸고 동시에 깼다. 공포에 질려서 급하게 짐 싸서 집을 뛰쳐나왔다”며 “아내는 임신한 상태다.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월세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 세입자의 죽음을 비밀로 한 집주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냐”고 물었다.

 

사연을 들은 양지열 변호사는 “법적으로 전 세입자의 사망 사실을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게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지까지는 회의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망한 경우는 아니지 않냐”며 “민사상 계약할 때 알려줘야 할 중대한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세금을 돌려주는 외에 이사 비용까지 배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도 “사기죄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세입 전 상황에 대해 고지는 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뉴스1에 따르면 2006년 비슷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례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오피스텔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신의성실 원칙상 부동산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사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므로, 사건에 대해 고지받지 않은 세입자는 계약 취소나 파기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