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가로챈 돈을 세탁하기 위해 은행계좌를 여러개 만들었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폭행을 당했다.”
지난해 5월 고액의 보수를 준다는 광고에 속아 국제사기집단 범죄에 가담하게 된 20대 태국 남성이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거점을 둔 사기집단이 다수의 국가에서 모집한 사람들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여 발생한 피해액이 438억 달러(약 63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고등학생 2명이 가담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일본에서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요미우리에 따르면 사기집단은 SNS 등을 통해 상당한 보수를 주는 정상적인 업무인 것처럼 광고를 내 범행에 활용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요미우리 인터뷰에 응한 20대 태국인은 “월급 2만5000바트(107만원)을 주는 증권과 관련된 영업직”이라는 광고에 속았다. 태국 동부의 한 지역에서 사기집단 담당자와 만났고, 이후 미얀마 수도 프놈펜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상사로부터 “여기는 영업소가 아니라 사람을 속여 투자를 시키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시를 거부하면 무자비한 폭행이 가해졌고,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거부가 반복되면 다른 사기집단으로 팔려가기도 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한 그는 지난 1월 태국으로 돌아왔다. 탈출을 도운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사기집단에서 도주해 보호한 태국인이 3000명을 넘는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등에서 사기집단의 구인광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범행이 한 나라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각국 정부는 공조에 나섰다.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달 태국 경찰과 함께 태국 국경 인근의 사기집단 거점에서 태국인 109명을 포함한 외국인 215명을 확보했다. 태국 정부는 라오스와 협력도 모색 중이다. 태국 경찰 관계자는 “미얀마에서 도주한 사기집단이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관계자는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고, 법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나라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미국 평화연구소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둔 사기집단으로 인한 피해가 세계 각국에서 438억 달러를 넘는다”며 “중국 법원은 지난달 캄보디아, 필리핀에 근거를 둔 사기집단이 2018∼2019년 5987만 위안(120억원)를 빼돌렸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