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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번호이동 담합’ 제재… 과징금 1140억

기사입력 2025-03-13 06:00:00
기사수정 2025-03-12 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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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결정에 엇박자 논란

7년간 번호이동 편중 안되게 상호 조정
‘서초동 상황반’서 판매장려금 등 공유
공정위 “경쟁 제한으로 혜택 감소시켜”
조사 2년 만에 ‘최소 과징금’으로 일단락

참고인 방통위 “3사, 행정지도 따른 것”
규제기관 다른 목소리에 파장 이어질 듯
업계 “단통법 집행 따랐을 뿐” 소송 예고

이동통신 3사가 과도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7년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를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 11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당초 5조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전망과 비교하면 과징금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2023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의 ‘통신 카르텔’ 언급 이후 전격적으로 진행됐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이통사 담합 조사는 2년여 만에 ‘최소한의 과징금’ 수준으로 일단락된 모양새다.

 

이통3사. 연합뉴스

하지만, 이통3사는 이 같은 행위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 준수에 대한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여기에 규제 기관인 공정위와 방통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통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상호 조정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4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SK텔레콤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3사는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합의했다. 사실상 신규가입자가 없어 포화상태인 시장 상황에서, 기존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 짬짜미를 벌였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에도 막대한 규모의 ‘획득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어 합의 유인이 있다고 봤다.

담합이 이뤄진 공간은 이른바 ‘서초동 상황반’이다. 이통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준 혐의로 방통위 제재를 받자, 자율규제를 하겠다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사무실을 차렸다.

 

이통3사 담당자들은 상황반에 매일 출근하면서 각 회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수준 등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번호이동 가입자가 특정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번호이동 조절 수단은 판매장려금이었다. 판매장려금이란 각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돈으로, 일종의 리베이트처럼 번호이동 소비자에게 지급됐다. 이 액수가 높은 곳에 번호이동 소비자가 몰린다는 점을 이용해 번호이동 순증감이 한 회사에 몰리지 않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가 다른 이통사로 이동할 경우에 받게 되는 금전적인, 비금전적인 혜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며 “7년여간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담합을 적발해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가계 통신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통3사는 담합 자체가 없었다며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따랐을 뿐, 담합은 없었다”라며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방통위와의 엇박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통3사가 담합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행정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통위는 과도한 지원금 지급 등을 통제하는 역할을 해왔고 통신사들은 이를 준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했던 통신사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단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