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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촉에도 푸틴 느긋… 휴전안 ‘밀당’

기사입력 2025-03-16 18:42:09
기사수정 2025-03-16 1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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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30일 휴전’ 응답 않고 시간 끌기
美 “러 측과 통화… 다음 단계 논의”

“美 특사, 푸틴 만나려 8시간 대기”
英 보도에 트럼프 “가짜뉴스” 발끈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통화하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문제의 다음 단계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18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이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11일 고위급 회담을 통해 30일간의 일시 휴전 추진에 나섰다.

“우크라군 살려달라” “항복·무장해제 먼저”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이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차량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모스크바 관저에서 유엔(UN) 안전보상이사회 이사국들과의 화상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팜비치·모스크바=AP·EPA연합뉴스


러시아는 30일 휴전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각종 조건을 내걸며 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인 수천 명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요청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생명을 보장하려면 무장해제와 항복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이 러시아의 쿠르스크 일부 탈환을 인정하며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회유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을 포함한 주요 전선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어 급하게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등 주요 협상 카드를 포기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에 최대한 늦게 앉으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는 전황을 더 유리하게 바꾸고 싶어 한다”며 “전쟁을 계속하고자 하는 단 한 사람에게 강한 압박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온적인 태도는 최근 모스크바를 찾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에 대한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모스크바 특파원인 아이버 베넷은 위트코프 특사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이후 8시간여를 기다렸다가 밤늦게 크레믈궁으로 들어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고 지적했다. 베넷 특파원은 “푸틴이 흔히 쓰는 권력 과시 수법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미국인들에게 ‘내가 일정을 정하고, 나는 누구 말이든 따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가짜뉴스가 늘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또 그런다!”며 “실제로는 (위트코프 특사가) 기다린 시간이 아예 없었다”고 격노했다. 이어 그는 그러면서 “저들(언론매체들)이 그런 이야기를 꾸며낸 유일한 이유는 비하하려는 시도”라며 “구역질나는 퇴물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도급 인사들과 직접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