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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송재익 캐스터 별세

기사입력 2025-03-18 15:31:35
기사수정 2025-03-18 16: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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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 교수와 명콤비 활약…78세까지 축구 중계한 '어록 제조기'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1997년 9월 일본 도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도쿄대첩' 당시 이민성이 극적인 역전골(2-1)을 넣자)

 


신문선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춘 축구 중계로 유명한 송재익(宋在翊) 전 스포츠캐스터가 18일 오전 5시께 충남 당진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3세. 유족에 따르면 송 캐스터는 지난해 4월께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1942년 4월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8년 우석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 초기에는 복싱 중계를 맡았다.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고 김득구(1956∼1982) 선수의 마지막 경기였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위성으로 받아 서울 스튜디오에서 중계했다. 그 인연으로 김득구 추모 영화('챔피언')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중계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와 '캐스터-해설가 콤비'로 활약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복싱 중계로 다진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코멘트가 화제가 됐지만 때로는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이나 "000가 시간을 끌고 있어요.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처럼 격정적인 멘트로 찬반양론을 불렀다.

 


"보신각 종치듯 한 헤딩골"(2004 아테네올림픽 조별리그 한국-말리전 조재진의 추격골을 보고), "깨진 쪽박입니다. 물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1997년 서울 잠실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 한일전<0-2패배>),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빌고 없으신 분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스페인 8강전. 홍명보가 승부차기에 나서기 전) 같은 말로 '어록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년 12월30일 방영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졌을 때) 머리에 떠올린 게 일본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자 싶었다. 후지산이 보였다. 그때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라며 "일본 신문에 '한국 아나운서가 후지산을 무너뜨렸다'라고 났다"고 회상했다.

 

1986년 아나운서실 제2부장, 1988년 제1부장, 1989년 심의실 라디오심의부장을 거쳐 1990년 아나운서실 뉴스담당위원, 1996년 스포츠국 보도위원 등을 역임했다.

 


1999년 2월 MBC에서 명예퇴직한 뒤 2000년 SBS 스포츠채널로 옮겼다. 2002 한일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지상파 중계를 맡아 2001년 SBS로 옮긴 신문선 씨와 함께 월드컵 중계를 맡았다. 2014년 채널A 여자복싱 중계를 맡기도 했다.

 

2019년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연맹 직영으로 K리그2를 중계하면서 현장에 복귀했다. 2020년 11월21일 K리그2 27라운드 서울 이랜드 FC 대 전남 드래곤즈전까지 78세 나이로 '현역 최고령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했다. 2020년 현장에서 완전히 물러난 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왔다.

 

유족은 딸 송소담·아들 송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조문은 19일부터), 발인은 21일, 장지는 당진 대호지공설묘지. ☎ 02-6986-4440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