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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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물침대’ 누워계시면 800만원”…남성 전용 알바 뭐길래

입력 : 2025-03-19 07:54:37
수정 : 2025-03-19 11: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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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 우주 실험 일환…무중력 상태 인체 영향 연구

병원에서 열흘간 물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800만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해당 금액은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겪을 신체 변화를 지구에서 체험하며 우주 탐사에 필요한 의학 연구에 참가하는 대가다.

무중력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머리와 팔을 빼고 물 속에서 열흘 간 생활한 참가자. 유럽우주국(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지난달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메데스 우주 병원에서 우주 속 무중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비발디 프로젝트’의 마지막 실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험 동안 참가자들은 방수 천으로 덮인 욕조와 비슷한 용기에 누워 있어야 한다. 안에는 물이 있어 물침대와 비슷한 구조다. ESA는 “실험 참가자들은 물에 젖지 않고 떠 있는다”며 “물리적으로 받치는 것 하나 없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는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 비행사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참가 자격은 20~40세 남성이다. 비흡연자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키는 165~180㎝, BMI(체질량지수)는 20~26이어야 한다. 모집 인원은 20명으로 총 21일간 입원하게 되며 인당 5000유로(약 791만원)를 받게 된다.

 

참가자들은 5일간의 기본 측정을 마친 뒤 10일 동안 물 위가 방수 천으로 덮인 욕조에 누워 고르게 떠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때 몸의 대부분은 건조한 상태로 물속에 잠기지만 팔과 머리는 물 위에 떠 있어야 하며, 참가자들은 물리적인 지지대가 없어도 떠 있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느끼는 감각과 비슷한데 신경계, 심혈관계, 대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유사한 생리학적 변화를 유도한다.

 

10일간의 실험이 끝난 참가자들은 5일간 변화 측정 및 회복을 진행한 후 하루의 추적 관찰을 추가로 받는다. 실험 동안 전화 통화는 할 수 있지만, 외부인을 만날 수는 없다. 화장실이 필요할 경우 욕조에서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트롤리로 옮겨져 해결하면 된다.

 

ESA는 해당 실험이 우주비행 연구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노인,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환자를 위한 치료법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앙제 대학 마크-앙투안 쿠스토 교수는 “우주 비행과 지상 기반 연구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주 탐사에 필수적”이라며 “우리의 연구 결과는 특히 노화와 같은 지구상 의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ESA는 2023년 원심분리기처럼 회전하는 장치에서 누운 채 자전거를 타는 실험도 진행했다. 당시 실험 참가자들은 원심분리기에서 회전하면서 발 쪽으로 혈액을 유도하기 위해 자전거를 돌려 중력을 두 배로 높였다. 무중력 상태에서 운동하는 상황을 지상에서 구현한 실험이었다.

 

ESA에 따르면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우주에 머물면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머리는 점점 커지고 팔다리는 가늘게 변한다. 지구에서 서 있으면 중력에 의해 피가 아래로 내려가지만, 중력이 거의 사라진 우주에서는 몸 어느 곳이나 균등하게 피가 흐른다. 지구보다 머리에 피가 더 많이 가 국제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늘 얼굴이 부어 있다. 뼈에서 칼슘도 한 달 평균 1% 줄어들며 근육에서는 단백질이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인들은 하루에 2시간씩 밧줄을 몸에 매달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등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