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 시험 시간 동안 이전에 마킹하지 못한 답을 OMR 답안지에 작성해 제출할 수 있게 돼 마킹을 못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위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 100만원으로 정한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김석범)는 2023년 경동고에서 대학수학능력평가를 치른 수험생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며 41명에겐 배상금 300만원을, 2명에겐 100만원으로 차이를 뒀다.
재판부는 두 수험생이 추가시간에 마킹을 완료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위자료 산정에 대해 “시대와 일반적인 법 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돼야 한다는 한계가 존재하고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찍 국어 영역이 종료되고 후속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었으며 원고들의 연령에 비춰 볼 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학생들이 1분 먼저 종료령이 울림으로써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시험 종료령이 일찍 울렸다는 사실을 명확히 안내하고 시간 연장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 수정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어야 한다”며 “타종사고 이후 즉시 추가 시험 시간이 제공되지 않았고 오류 사실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교시 후 제공된 추가 시험에 대해서도 “수학 영역 종료 후에 비로소 (시험 시간이) 부여됐고 그마저도 작성하지 못한 답안만을 답안지에 기재할 시간이었다”고 했다. 추가 시험 1분30초를 위해 20분이 소요돼 점심시간이 줄어든 점도 인정됐다.
법원은 그러나 수험생들이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한 증거만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답을 OMR 답안지에 기재했다거나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거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것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2024학년도 수능이 역대 기출문제와 비교해 현저히 어려웠다는 점도 이같은 결정에 반영됐다.
당시 수능을 봤던 소송 당사자인 A씨는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는 대학 진학 중 의대와 약대 진학을 위해 수능에 여러차례 응시했다. 그는 “종이 갑자기 먼저 울려 2개를 아무 답이나 찍어서 제출을 해버렸는데, 추가 시험 시간에 기존 답을 수정하지 못하게 했다”며 “의대가 목표라 한, 두 문제로도 심적으로 충격이어서 수학 영역에서도 부담이 많이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에 따르면 당시 교실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수험생 사이에서 원성이 많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A씨는 이어 자신이 지난 두 차례 수능에서 국어는 높은 1등급, 수학도 다 맞거나 하나 틀리는 수준이었지만 2024학년도 수능에선 국어와 수학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수능 타종 사고가 이 사건 전에도 있었다. 타종 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어나고 나서도 짧은 시간 안에 수습하는 조치가 다 이뤄졌어야 한다”면서 “현재 교육 시스템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21세기에 타종 사고가 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었는데 피해 학생들한테 100만원, 300만원 배상하라는 판결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3년 11월16일 경동고에서 치러진 수능 1교시 국어영역 시험 종료 알림이 1분가량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는 2교시 후 다시 국어 시험지를 배부해 1분30초 동안 답안지에 답을 적을 시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A씨의 모교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학교의 실수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