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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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현대캐피탈의 ‘영원한 캡틴‘ 문성민

기사입력 2025-04-02 13:18:13
기사수정 2025-04-02 17: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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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V리그 남자부에서 시즌 내내 독주하며 정규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현대캐피탈은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2006~2007, 2016~2017, 2018~2019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이때는 모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쳐 통합우승은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이 통합우승에 목마른 이유다.

 


현대캐피탈이 19년 만의 통합우승 및 6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벼르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영원한 캡틴’ 문성민(39)을 위해서다. 2010~2011시즌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이후 팀의 상징이자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던 문성민은 지난달 ‘깜짝 은퇴’를 선언한 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20일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문성민은 팀이 먼저였다. 자신의 현재 몸 상태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통합우승을 노리는 팀과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챔피언결정전 코트를 밟는 것도 포기했다.

 

그러나 문성민은 여전히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훈련 때는 코치 역할을 자청해 볼을 직접 때려주기도 하고, 경기 때는 관중석에서 목청 높여 후배들을 응원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현장에는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사비를 들여 커피차를 보내기도 했다.

 


필립 블랑 감독도 팀 내 최고참으로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준 문성민의 존재감을 인정하며 1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향해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성민은 “그간 대한항공에게 당한 게 많으니 반드시 이기자”라고 강하게 독려했다. 실제로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대한항공이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4승20패로 철저히 밟혔고, 2022~2023시즌엔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패로 우승 트로피를 헌납하기도 했다.

 

문성민이 건넨 한 마디의 힘은 컸다. 문성민의 현대캐피탈 토종 에이스 계보를 물려받은 허수봉은 블로킹 2개, 서브득점 1개 포함 17점을 올리며 세트 스코어 3-1 승리에 앞장섰다. 허수봉은 “(문)성민이 형의 한 마디에 과거 대한항공에게 당했던 감정이 올라오더라. 모든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라면서 “올 시즌은 형과 함께하는 마지막이다.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