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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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에 4000원짜리 초콜릿이 200억?”…정체는 ‘이것’

입력 : 2025-04-25 15:00:00
수정 : 2025-04-25 14: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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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초콜릿’ 열풍, 글로벌 농산물 시장도 뒤흔들다
SNS 바이럴이 불러온 피스타치오 품귀 사태…전망은?

전년 대비 수요 6% 증가한 110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
전문가 “전세계 공급망에 영향 주는 현상 매우 이례적”

전 세계를 강타한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이제는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피스타치오 크림을 활용한 초콜릿 제품의 인기가 치솟으며 수요가 급증했지만, 주산지인 미국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피스타치오 커널(껍질을 벗긴 피스타치오)의 가격은 파운드당 10.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가격인 7.65달러에 비해 34.6%나 오른 수치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초콜릿 브랜드 ‘픽스(Fix)’가 있다. 이 브랜드는 피스타치오 크림과 중동식 가는 면인 ‘카다이프’를 초콜릿으로 감싼 독특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 초콜릿을 먹는 틱톡 영상이 2023년 12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조회수는 1억2000만회를 넘어섰다. 두바이 현지에서도 여전히 제품 구매가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유행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피스타치오 수요도 함께 폭증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전 세계 피스타치오 수요가 전년 대비 6% 증가한 110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피스타치오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의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까지 미국의 1년간 생산량은 50만323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심각한 가뭄과 흉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피스타치오 품귀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여전하다. 스위스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린트(Lindt)는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영국에서 145g당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일반 초콜릿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장에선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인기다.

 

게티이미지

국내 유통업계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을 발 빠르게 반영했다. 지난해 여름 국내 편의점 CU는 해당 제품을 단독으로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액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4000원짜리 단일 상품으로는 최단 기간 매출 기록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3월 CU의 택스 리펀드 매출 중 두바이 초콜릿은 외국인 관광객 구매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두바이 초콜릿’ 효과는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다른 제품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를 통해 ‘피스타치오 초코볼’을 선보였다. 올해 3월 해당 제품의 매출은 11월 대비 10% 증가했다. GS더프레시 또한 지난해 8~10월 사이 피스타치오 판매량이 예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농산물 수급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이 특정 원재료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로, 이처럼 단일 상품이 전 세계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